2년 만에 우리나라 경제에 경기 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등 대외 불확실성과 12.3 비상계엄, 탄핵정국 등 국내 정치적 불안이 이어진 데 영향을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경제동향 1월호’를 발표하고 “최근 우리 경제는 생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경제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 위험이 증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KDI가 경기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언급한 것은 지난 2023년 1월호 이후 처음이다. 당시 KDI는 대내외 금리 인상의 영향이 실물경제에 점진적으로 파급돼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KDI는 이번 탄핵정국에 대해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정국보단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과 주가 등 금융시장 지표의 동요는 제한적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 심리는 크게 위축됐다고 평가했다.
KDI는 ‘과거와 최근 정국 불안 시기에서의 금융시장 및 심리 지표’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12.3 비상계엄 이후 금융시장이 다소 불안정했으나 원/달러 환율 상승 폭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였고, 국가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낮은 수준에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반면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당시 3개월에 걸쳐 9.4p 하락했지만 최근 1개월 동안 12.3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심리지수 역시 박 전 대통령 탄핵정국과 달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기 개선이 지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전산업 생산은 1년 전보다 0.3% 줄었다. 건설업 생산은 12.9% 급감했고, 광공업 생산(0.1%)은 반도체(11.1%)의 높은 증가세에도 자동차(-6.7%), 전자부품(-10.2%) 등이 감소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제조업 재고율(112.3%→111.8%)은 전월에 이어 높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평균가동률(72.3%→71.8%)은 하락하는 등 제조업생산의 둔화를 시사하는 지표는 점증했다.
KDI는 “건설업생산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서비스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의 생산도 둔화되는 모습”이라며 “상품 소비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상품소비인 소매판매는 승용차(-7.9%), 가전제품(-4.5%), 통신기기 및 컴퓨터(-6.2%), 화장품(-9.8%) 등 주요 품목에서 모두 줄어 1.9% 감소했다.
정국 불안의 영향으로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100.7)에 비해 대폭 하락한 88.4를 기록했다. 특히 현재경기판단(70→52)과 향후경기전망(74→56)이 급락했다.
설비투자(5.5%→2.6%)는 변동성이 높은 운송장비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기계류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선행지표도 반도체 관련 투자의 호조세가 이어지는 반면 여타 산업에서의 설비투자 여건은 개선되지 못했다.
지난달 수출은 6.6% 증가하며 전월(1.4%)보다 높아졌으나, 일 평균 기준으로는 전월(3.5%)과 유사한 4.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일 평균 기준으로 ICT(정보통신기술) 품목(25.8%→27.9%)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다만 이를 제외한 품목(-3.6%)은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감소했다.
출처 : 천지일보(https://www.newscj.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