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서 활용…합법적 처리 근거 없는 정보수집으로 잡음도
“미국 일부 주와 EU, 생체정보 명확히 규정…우리나라 법적 기반 미흡”
“생체정보 관련 법적 근거 마련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해야”
‘생체 정보’ 활용 놓고 엇갈린 내용의 법안 발의되기도
최근 생체정보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생체정보 유출 및 악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생체정보는 민감한 개인의 신체 정보를 담고 있어 유출되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법 규제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생체정보에 대한 규율체계가 마련된 해외 주요국가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생체정보 관련 법적 기반이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생체정보 유출로 개인정보가 악용되지 않도록 관련 규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비자의 생체정보 수집을 차단하는 내용이 담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최근 해킹 등 불법적인 접근을 통해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보유한 개인정보 78만여건이 유출되는 등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국내에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해외에 불법 판매하는 등의 문제 또한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생체정보는 신체적 특징에 대한 정보로 개인정보 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고, 안면인식 기술은 딥페이크 범죄로 활용될 수도 있어 민간사업자가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의원들이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생체정보 다양한 분야서 활용···합법적 처리 근거없는 정보수집으로 잡음도
“미국 일부 주와 EU, 생체정보 명확히 규정···우리나라 법적 기반 미흡”
생체정보란 사람의 지문·얼굴·홍채‧손바닥 정맥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한 개인정보를 말한다.
생체정보는 안면인식을 이용한 출입통제, 스마트폰 잠금 해제, 금융권의 본인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강원랜드는 이달 10일부터 고객들이 사전에 등록한 생체인식정보(안면정보, 지정맥)를 이용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빠른 입장을 할 수 있도록 ‘Casino 스마트 입장 시스템’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암표 거래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공연‧스포츠 경기 입장권 판매에 생체인증 방식을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생체정보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면서 국내외에서는 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제16회 전체회의에서 합법적인 처리 근거 없이 국내 고객 3만명의 홍채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국외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월드코인에 과징금 11억여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홍채 인식 기반 암호화폐인 월드코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만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개발했으며 지난해 7월 정식 출시됐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기준 한국에서는 9만3463명이 가상자산 지갑인 ‘월드 앱’을 내려받았고, 이 중 2만9991명이 홍채를 인증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플랫폼(메타)은 ‘생체정보 무단 사용’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연합뉴스는 지난 7월30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2022년 2월 메타가 얼굴 인식 기술 등 생체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해 주민들의 사생활을 침해했다며 텍사스주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메타와 텍사스주가 14억달러(1조9384억원)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생체정보 이용이 활성화되면서 미국, 유럽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생체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입법조사처의 ‘생체정보의 안전한 활용을 위한 입법 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일리노이주가 2008년 미국 최초로 생체정보 관련 법률을 제정했고, 이어 텍사스주, 워싱턴주, 메인주 등이 뒤를 이었다.
일리노이주의 생체인식정보 보호법은 민간기업이 생체인식 식별자 또는 생체인식 정보를 수집, 거래 등을 하려면 정보주체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있다.
또 유럽연합(EU)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은 생체정보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다. 이 법은 생체인식정보를 민감정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민감정보는 정보주체의 명시적 동의 획득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처리가 금지돼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생체정보 관련 법적 기반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출입국관리법과 항공보안법에서는 ‘생체정보를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처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에서는 생체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개념을 정의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같은 법 시행령에서 민감정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관련 연구 보고서에서 이 같은 국내외 입법 상황을 지적한 뒤 “미국의 일부 주와 EU가 생체정보에 대해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나라의 생체정보 관련 법적 기반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며 “생체정보 활용이 급증하고 안면인식 기술 등으로 인해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생체정보의 보호를 강화하고 법적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생체정보 관련 사항을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생체정보의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그 위험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제도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술은 그 가치를 충분하게 발휘할 수 없으며 부작용이 커질 우려도 있다”며 “향후 정보주체의 권리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생체정보에 관한 더욱 합리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생체정보 관련 법적 근거 마련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해야”
‘생체정보’ 활용 놓고 엇갈린 내용의 법안 발의되기도
이에 국회에서는 현행법에 생체정보를 민감정보의 유형으로 명확히 명시하기 위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황희 민주당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민감정보의 유형으로 지문‧얼굴‧홍채 및 손바닥 정맥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한 정보를 추가해 생체정보 관련 근거를 마련했다.
황 의원은 “생체정보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그 이용이 일상화되고 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생체정보 유출의 위험성, 생체정보의 활용도 등을 고려할 때 생체정보 관련 사항을 법률에 명시적으로 규정해 생체정보의 보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의 개정안은 직전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던 법안이다. 21대 국회에서 박진 국민의힘 전 의원도 같은 취지의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하지만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가 진척을 이루지 못하면서 정무위원회 계류 중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생체정보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정치권에서는 입법 방향이 엇갈리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에서 서로 다른 취지의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최근 공연과 스포츠 경기 암표를 근절하기 위해 생체인증 등 기술 조치 근거를 명시한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은 “최근 전자금융거래 등에서 지문인식, 안면인식 등의 생체정보를 활용해 안전하고 편리하게 본인 여부를 인증하고 있는 바 공연 및 스포츠 경기 입장권 구매 등에도 이같이 안전성을 인정받은 기술적 시스템을 도입해 암표 거래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논의와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이에 공연법‧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통해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입장권 판매자 및 판매 수탁자는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물리적 조치를 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소비자에 관한 생체정보를 수집하거나 이용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명시했다.
이 의원은 “최근 공연 티켓 등에 대한 암표 방지라는 미명하에 안면인식 기술 등을 활용해 소비자의 생체정보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국민들이 불안한 이때 민간사업자가 소비자의 생체정보까지 수집하고 유출이 일어난다면 안면인식으로 인한 딥페이크 범죄 등의 피해가 우려된다. 소비자의 생체정보를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제해 소비자를 보호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현 실정에 걸맞게 생체정보를 정의하고, 수집 절차 및 활용 범위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위한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최근 “올해 안에 내부적인 논의를 거쳐 보호와 규제의 균형에 방점을 둔 법조문을 준비한 뒤 이듬해 외부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며 “이르면 내년 안에 개정안을 마련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굿모닝경제 김희원 기자
출처 : 굿모닝경제
https://www.good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248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