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법인 계좌 순차 허용
금융위, 이달말 로드맵 내놓기로
기업·금융사 허용은 중장기 검토
내년부터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기부받은 암호화폐를 현금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그동안 막아 온 법인의 가상자산 원화계좌 개설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말께 ‘법인의 가상자산 원화계좌 개설 허용 로드맵’(가칭)을 내놓는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원화로 거래하려면 시중은행에서 거래와 연계된 실명계좌를 발급받아야 한다. 법인의 계좌 개설을 막는 명시적 규정은 없지만, 은행은 당국의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을 기초로 발급을 제한해 왔다.
금융당국은 먼저 중앙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대학 등 비영리법인의 실명 계좌부터(1단계) 열어줄 방침이다. 이미 검찰과 국세청은 몰수·추징 가상자산 처분용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지갑에 보유하고 있지만, 원화계좌가 없어 현금화하지 못한다.
2단계로 가상자산거래소 등 관련 사업자의 원화계좌 개설도 허용해줄 방침이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고유 계좌 개설 허용을 통해 관련 산업 고도화를 꾀한다는 게 당국의 구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상자산산업을 육성하고 감독 실효성을 높이려면 주식이나 채권처럼 발행, 상장, 중개, 수탁 등 업무 세분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반 기업(3단계), 금융회사(4·5단계)의 법인 계좌 허용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상장사는 자본금의 일정 비율까지만 보유하도록 하는 등 안전장치를 두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테마주’가 형성되는 등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다.
금융사는 자체 자금 투자 용도가 아니라 가상자산 관련 상품 개발용 계좌부터 허용해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금융당국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대학 등 비영리법인에 가상자산 거래를 우선 허용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암호화폐 투자가 아니라 현금화 필요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국세청, 검찰 등 일부 부처가 예외적으로 법인 계좌를 통해 암호화폐를 거래하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크게 작용했다. 다만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에 대한 가상자산 거래 허용은 늦추면서 “한국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투자 아닌 현금화부터 허용
3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인의 가상자산 원화 계좌 개설 허용 로드맵’(가칭)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정부 부처와 지자체, 비영리법인은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몰수 또는 압류하거나 기부받아 보유하게 된 암호화폐를 현금화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대는 2022년 게임회사 위메이드로부터 기부받은 1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 위믹스를 바꿔 학교 재정에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서울대는 여러 차례 교육부와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기부받은 위믹스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요청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가 보유한 위믹스 가치는 8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자체 역시 지방세 체납자의 가상자산을 압류한 뒤 강제 매각을 통해 체납액을 적극적으로 징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는 국내 주요 암호화폐거래소를 통해 고액 체납자가 보유한 암호화폐를 압류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가상자산 거래를 위한 계좌 개설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 매각할 방법이 없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몰수나 기부 같은 불가항력적 사유로 암호화폐를 보유하게 된 상황을 해소해주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 당국 “실체 부정 어려워”
법인의 가상자산 원화 계좌를 허용하는 것은 이미 관련 시장이 존재한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암호화폐가 투자 자산이 아니라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비트코인 100만 개 비축 계획을 내놓은 것도 한국 정부가 가상자산 제도화를 더 이상 미루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비트코인 발행 예정 수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가운데 미국이 100만 개를 추가로 가져가면 가격이 또 폭등할 수 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가상자산의 자산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별개로 그 실체를 부정하긴 어려운 단계가 됐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과 금융사에 계좌 발급을 제한하는 조치는 유지하기로 했다. 법인 전체에 가상자산 거래 계좌를 허용하기 위한 세부적인 규정과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월 시행된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및 책임, 불공정행위 처벌에만 국한돼 추가 입법이 필요하다. 더구나 국내에서는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투자 외에 커스터디(수탁) 등 관련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머니 무브’(자금 이동)를 경계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 등 국내 대형주의 부진과 트럼프 리스크 등으로 국내 증시의 부진이 깊은 상황에서 일반 법인에 암호화폐 투자까지 허용하면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산업 및 금융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손을 놓고 있다가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 가상자산산업이 크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니 등 떠밀려 하는 모양새”라며 “세계 시장의 변화에 발맞춰 금융당국이 합리적 판단을 해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출처: 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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