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미비 탓 사업 확장 힘든 환경

미래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 이후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이 치솟고 있지만 국내 블록체인 관련 기업들의 해외 이탈은 가속화하고 있다. 제도 미비로 더 이상 국내에선 사업을 확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미래 금융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웹3(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사용자들이 직접 정보를 주고받는 인터넷 환경) 블록체인 업체들이 잇따라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넥슨의 블록체인 자회사 넥스페이스는 중동 아부다비에 둥지를 텄고 카이아는 싱가포르, 위믹스는 두바이에 자리 잡았다. 해시드도 거점을 중동으로 옮기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동산 조각 투자 업체도 마찬가지다. 펀블은 두바이에 거점 설립을 추진하고, 미술품 조각 투자 회사 서울옥션블루도 해외에 회사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 ‘아트앤가이드’ 운영사 열매컴퍼니도 중동이나 일본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해당 기업들은 국내 제도 미비 탓에 해외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다. 관련 법이 없어 불확실성이 크고, 투자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토큰 증권을 발행하려면 현재로선 금융위원회에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야 하고, 지정을 받더라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반면 일본은 2020년 금융상품거래법 개정으로 토큰 증권을 제도권 내에 편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여기선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에 사실상 한국 사업을 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한 블록체인 기업은 사업 축소로 인력의 25%가 회사를 떠났다.

최근 정치적 혼란도 입법 미비 상황 지속을 부채질하고 있다.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위한 전자증권법 등이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비상계엄 사태 이후 법안 통과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사업 차질을 우려한 일부 금융사는 아예 블록체인 사업을 위한 해외 별도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사가 참여하는 ‘프로젝트 펄스’(토큰증권 발행, 유통 등을 위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갤럭시아머니트리와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두 번째 서비스 진행에 있어선 협업할 기업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등의 문제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범준 토큰증권협의회장은 “한국은 조각 투자로 일찌감치 디지털 자산 시장의 포문을 열었음에도 금융 당국의 보수적인 기조로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주저앉을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