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전쟁 경제의 압박과 서방의 제재 속에서 비트코인(BTC) 및 암호화폐 사용을 확대하는 가운데, 국내 암호화폐 범죄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편, 러시아 정부는 브릭스(BRICS) 국가 간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 구축과 암호화폐 채굴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서방 당국은 러시아의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지갑, 제재 대상 단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 내 암호화폐 범죄 증가

러시아 대법원장 이리나 포드노소바(Irina Podnosova)는 최근 열린 일반 법원, 군사 법원, 중재 법원 판사 연례회의에서 암호화폐 관련 범죄의 증가를 우려했다. 이 회의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참석했다. 포드노소바는 암호화폐가 각종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를 형사 절차에서 ‘재산(property)’으로 인정하는 법적 조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해 러시아 국민과 기업들은 암호화폐를 대안적 금융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암호화폐 채굴을 합법화하고 기업들의 암호화폐 사용을 장려하는 등 관련 규제 정비에 나섰다. 2024년 12월, 푸틴 대통령은 외국과의 무역 결제에서 암호화폐를 ‘재산’으로 분류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여전히 글로벌 암호화폐 범죄 허브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의 2024년 10월 블록체인 보안 기업 TRM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랜섬웨어 공격을 통해 발생한 암호화폐 범죄 수익의 69%가 러시아어 사용자들과 연관되었으며, 다크웹에서 이루어진 불법 마약 거래의 95%가 러시아 기반 암호화폐 시장을 통해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방 국가들의 대응: 러시아 암호화폐 플랫폼 단속 강화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암호화폐를 활용해 제재를 우회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2025년 2월 19일,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이란과 러시아의 암호화폐 활용과 국제 제재 간의 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러시아 무인항공기(UAV) 제조업체를 제재했으며, 해당 업체는 암호화폐를 활용해 러시아군에 드론을 공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제재 대상 지갑은 약 4,000만 달러(약 535억 원)의 암호화폐를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당국 또한 러시아어 기반 암호화폐 거래소 47곳의 인프라를 압수하며 다크웹 시장, 사이버 범죄 조직, 제재 대상 기업들과의 연계를 차단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조치는 OFAC가 2018년부터 약 58억 8,000만 달러(약 7조 8,5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한 러시아 암호화폐 거래소 ‘크립텍스(Cryptex)’를 제재한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제재를 받은 한 거래소가 문을 닫으면 새로운 비(非) KYC 거래소가 등장하는 ‘히드라 효과(Hydra Effect)’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방 당국의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탈중앙화 금융(DeFi) 및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가 여전히 암호화폐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와 같은 탈중앙화 플랫폼은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법적 제재나 폐쇄가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러시아의 암호화폐 활용 증가와 국제 금융질서의 변화

러시아 정부는 전쟁 경제와 국제 제재 속에서 암호화폐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암호화폐 범죄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의 암호화폐 기반 금융망을 차단하려는 강경 대응을 지속하고 있으며, 비(非) KYC 거래소와 디파이 플랫폼을 통한 우회 경로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러시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암호화폐 산업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향후 국제 금융 질서에서 암호화폐의 역할과 규제 방향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 CC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