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시대… 한국 재계 인맥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국내 재계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소통할 수 있는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주요 그룹들은 지난 2017~2021년 트럼프 1기 당시 구축한 관계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다. ‘정치 신인’의 깜짝 당선으로 혼란을 겪었던 1기 때와는 달리 다소 안정적인 소통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서 트럼프 측과 가장 긴밀하게 소통해 온 재계 인사로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꼽힌다. 국내 대표적인 ‘미국통’으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도 오랜 기간 인맥을 다져왔고, 지난해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을 맡은 이후 대미(對美) 소통을 더 많이 늘려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한경협 포럼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미국에 투자한 기업을 미국 기업과 똑같이 대하기 때문에 (민주당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류 회장은 트럼프 측근과도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트럼프 측과 가까운 인사로 통한다.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지인이자 외교·안보 자문을 맡아온 에드윈 퓰너 미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와 40년 이상 교류해 왔다. 그 인연으로 2017년 트럼프 취임식에 초대받았지만 당시 건강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7일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력을 요청한 ‘조선업의 선박 보수·수리·정비 분야’도 한화오션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1기 당시 실세(實勢) 역할을 했던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경식 CJ 회장도 대미 투자 성과와 함께,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트럼프 측 인사와 교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방카는 이번 대선에서 역할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다시 정치 무대에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들도 1기 때부터 대미 투자를 바탕으로 트럼프 측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해 왔다. 신동빈 회장은 2019년 한국 대기업 총수 중 처음으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대미 투자를 계기로 면담하기도 했다.
재계는 트럼프 당선을 염두에 두고 ‘트럼프 1기’ 인사를 영입하고, 워싱턴DC에 대관(對官) 조직을 강화하는 등 사전 작업을 해왔다. 현대차는 트럼프 1기 때 주필리핀·주인도네시아 대사를 지낸 성 김 전 대사를 자문역으로 위촉했고, LG그룹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이었던 조 헤이긴을 워싱턴사무소 소장으로 영입했다. SK그룹은 올 상반기 북미 대관 조직인 SK아메리카스를 출범시켰다. 한경협 김봉만 국제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은 딜(deal·거래)을 중시하는 기업인 출신인 만큼 한국 기업인들과 소통하며 서로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는 식의 기회 역시 많을 것”이라고 했다.
박순찬 기자 ideachan@chosun.com
이정구 기자 jg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