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제도(연준)이 9월 빅컷(0.5%포인트 인하)에 이어 11월에도 스몰컷(0.25%p)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차이가 1.5%포인트로 좁혀졌다. 12월 추가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우리나라도 금리 인하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한국은행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미 연준은 11월 FOMC(공개시장운영위원회)는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4.50~4.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 9월 빅컷에 이은 추가 인하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차도 1.5%포인트로 축소됐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준의 이번 결정이 예상대로라고 평가하면서 1월 트럼프 당선자가 미국 대통령이 오르기 전인 12월 또 다시 금리를 소폭 내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연준의 정책은 예측 기반이 아닌 데이터 기반인 만큼 파월 의장은 정권 교체에 따른 재정 및 관세 변화에 대한 사전 대응은 없을 것"이라며 "12월 회의에서 추가 25bp 인하가 여전히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고 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가 더욱 좁혀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금리 인하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2분기 역성장에 이어 3분기에 GDP(국내총생산)도 0.1% 증가하는데 그쳐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은의 금리 정책은 조사국의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하는데 실제 성장률이 전망치과 크게 어긋나면서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다는 '실기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8월 경제 전망에서 제시한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0.5%)는 실제치(0.1%)의 5배에 달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수 회복세가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고려할 때"라면서 "가계부채는 대출 규제와 주택 공급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환율과 가계부채를 명분으로 한은은 (11월에) 금리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로 환율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내수를 봐서는 한은이 금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달 28일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높게 본다. 트럼프 당선에 환율이 출렁이고, 집값과 가계부채 안정세 확인을 위해 고민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집값 상승 기대 차단도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지난 10월 금통위는 3년2개월 만이 통화정책 전환에 나서며 금리를 0.25% 낮췄지만, 한국형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한 향후 3개월 후 금리 전망에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동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상태다.
한은 역시 최근 11월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3분기 GDP 부진에 대해 "성장률이 망가져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기에 올해 성장률이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도 새로운 변수라고 지목했다. 그는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 회의에서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에 원화값은 최근 1400원을 넘나들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으로 연준의 정책 불확실이 높아졌고, 환율과 가계부채도 문제"라면서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다른 나라보다 높고, 금리 인하가 내수 진작으로 바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당선에 따라 연준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 고환율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와 가계부채가 문제 되면서 한은은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봤다.
뉴시스 남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