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금융 13일 연속 고려아연 순매수
NH證 창구서 주문…MBK 측 매수 정황
연기금은 628억 순매도…국민연금 수익률 주목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고려아연(010130)의 공개매수 종료 후 기관 투자자별 매매 동향이 엇갈리고 있다. 고려아연 주가가 이달 들어 100만원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은 수천억원 규모 지분을 사들인 반면 연기금은 매도를 통해 차익 실현에 나섰다. 지난 9월 보유 지분 일부를 매각한 ‘캐스팅보트’ 국민연금의 수익률에도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측 자사주 공개매수가 종료된 후 10월 24일부터 이날까지 기타금융은 고려아연 주식 2318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기타금융은 은행, 증권, 보험, 펀드를 제외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조합중앙회, 여신전문금융회사 등을 의미한다. 증권사가 해당되는 금융투자 역시 같은 기간 142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기타금융은 벌써 13거래일 연속으로 고려아연을 순매수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일(10월 23일) 이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수 행진을 이어온 것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가가 급락한 10월 30일과 31일 각각 452억원, 486억원 어치를 사들이면서 주가가 빠질 때마다 매수 규모를 늘렸다.
기타금융은 NH투자증권 창구를 통해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20일간 매도 상위 증권사는 키움증권, 매수 상위 증권사는 NH투자증권인데 키움증권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반면 NH투자증권은 기관 비중도 함께 높은 증권사로 분류된다. 특히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NH투자증권의 조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창구를 이용해 매수한 기타금융의 정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면 연기금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가 끝난 13거래일 동안 628억원 어치를 팔아치웠다. 전체 기관 투자자 가운데 가장 많은 매도 규모다. 특히 이달 들어선 지난 1일 이후 8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연기금에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사학연금, 교직원연금 등 각종 연금과 공제회가 포함된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7.48%(154만8609주)를 보유 중이다. 이날 종가(112만5000원) 기준 1조7422억원 규모다. 앞선 연기금의 매도 규모를 국민연금의 매도로 가정하더라도 전체 보유 지분 가치의 3.6%에 그친다. 실제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지난 3분기에도 7만1766주를 매도해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았다.
다만 국민연금의 고려아연 매입 시기를 고려하면 수익률은 2배 이상으로 추정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현재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의 매입 평균 단가는 50만원 이하다. 10월 들어 고려아연 주가가 154만3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이달 들어서도 100만원 위에서 오르내리고 있는 만큼 차익을 기대할 만하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고려아연은 유상증자 최종 철회 여부를 두고 막바지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주 중 이사회를 열고 철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조사 계획을 고려할 때 철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유증이 막힐 경우 MBK·영풍과의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에 앞서 의결권 확보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의 우호 지분의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유 중이던 고려아연 지분 0.8%(15만8861주)를 모두 처분했다. 매각 시기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이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우군 한국타이어 역시 자회사 한국프리시전웍스를 통해 고려아연 공개매수 기간 동안 지분 1만주를 사고 팔아 8억원의 차익을 냈다.
허지은(hurji@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