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본격 견제 땐 국내기업 반사이익
전기차 CEO ‘머스크 효과’도 변수
美, 풍력·태양광 中주도 방관 않을 것”
게티이미지뱅크
트럼프 2.0 시대가 국내 배터리·재생에너지 기업에 침체기가 아닌 기회의 시간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2기 트럼프 정권이 외교와 경제안보 전략의 최상위 목표로 ‘미·중 경쟁에서의 승리’를 강조하고 나설 경우 한국 기업들의 반사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등 업계 이익을 대변하며 차기 트럼프 정권의 주요 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 견제를 강화할수록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받을 이익이 커질 것이란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중국에 대한 첨단기술 통제를 본격화할 가능성이 큰데, 배터리 역시 첨단기술 분야에 속한다. 미래 산업의 핵심으로 불리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로보틱스 등에 배터리가 모두 들어가기 때문이다. 중국산 배터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뿐이다. 11일 2차전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국 CATL과 BYD의 글로벌 배터리 점유율은 53.1%다. 반면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은 20.8%에 불과했는데 따라잡을 기회가 생길 수 있는 셈이다.
‘머스크 효과’도 배터리 업계의 낙관론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에 1억30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하며 공개적으로 지지에 나섰던 머스크 CEO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머스크 CEO가 전기차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인의 마음을 돌리고 수요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정책을 끌어낼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 등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비즈니스 맨’이라는 점은 국내 재생에너지 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업가 출신인 트럼프 당선인은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정치적 이념보다는 경제적 이익과 실리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손을 떼면 그 공백을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풍력·태양광 및 전기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대하는 상황을 트럼프 당선인이 방관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다. “IRA부터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조건부로 수정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리는 이유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로서도 IRA가 유지되면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계속 받아 수요 침체기에 대응할 수 있다. 안회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정권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전기차, 태양광, 인공지능, 양자컴퓨팅 등 핵심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의 위치를 중국이 대체하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전략적 디커플링(탈동조화) 경제, 무역 정책을 설계할 것이고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 선호도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백재연,전성필,@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