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미국 달러화가 연일 오름세를 거듭하며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11일(현지시각) 마켓워치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전장 대비 0.05포인트 오른 105.54로 장을 마쳤다.
3거래일 연속 상승이자, 한 달 전과 비교해 2.22% 오른 것이다. 특히 지난 7월3일 이후 4개월여만에 달러인덱스 105를 돌파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인덱스가 기준선인 100을 상회하면 그만큼 달러의 가치가 높아졌다는 뜻이다.
강달러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로와 아시아 통화는 약세를 보였다.
유로-달러는 전장 대비 0.6% 하락해 1.06달러를, 일본 엔은 0.8% 하락해 1달러당 153.93엔을 기록했다. 멕시코 페소는 1달러당 20.54페소로, 전장 대비 1.9%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140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장중 1401.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 확정 이후 그의 관세 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환율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조업을 위시한 경제를 살리겠다는 명목하에 '고율 관세'를 공언하고 있다. 동맹국인지와 관계없이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높은 관세 장벽을 세워, 자국 산업을 지켜내겠다는 주장이다.
상대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와 세금 인하 등 확장적 재정정책은 미국의 경기 낙관론과 인플레이션을 자극했고, 이에 따라 달러 가치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강달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준은 지난 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4.75~5.00%에서 4.50~4.75%로 낮췄다.
지난 9월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단행한 후, 연준이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회의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및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따른 위험이 거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연방 기금 금리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할 때 위원회는 들어오는 데이터, 진화하는 전망 및 위험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이후 막대한 재정 지출을 예고하고 있어, 연준 입장에서도 물가 상승을 우려해 금리 인하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달러 강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대선 결과로 미국의 예외주의가 강화될 것"이라며 "공식적인 관세 인상 조치가 없더라도 강달러 압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했다.
뉴시스 박광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