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서울머니쇼+
서학·동학개미 증시 투자전략
법인세 인하 예고한 트럼프
美상장사 순이익 증가할 것
포트폴리오 절반 빅테크로
국내 우량종목 ETF 담을만
< 챗GPT>
“인공지능(AI) 시대 주식 투자금 절반은 미국 빅테크로 채우고, 나머지는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 비중)에 따라 대만 한국 인도 기업들로 글로벌 분산하세요”. 22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4서울머니쇼플러스’ 세미나 연사들의 공통된 투자 의견이다. 이날 국내 주식쪽을 담당한 연사들은 미국 주식 전문가들과 설전을 펼치기도 했으나 데이터상으로 크게 밀렸다. 올 들어 21일까지 미국 S&P500 지수는 25% 올랐는데 코스피는 6%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집권은 법인세 인하를 예고한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들의 순익이 더 늘어나면서 이런 이익의 대부분을 돌려주는 미국 주식의 총주주수익률(배당수익+시세차익)도 높아진다는 것이 유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 본부장의 핵심 논리다. 이날 ‘증시의 큰 흐름을 읽어라’는 세미나에서 유 본부장은 “미국 상장사는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이 정착돼 꼭 담아야 하는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격적 투자자라면 엔비디아 테슬라로 이어지는 미국 빅테크를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으로 비중을 높여도 된다”며 “이것이 부담스럽다면 적어도 20%를 미국 나스닥이나 S&P500 기업의 ETF로 채워야 국내 상장사 투자로 입은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세미나 연사로 나온 곽상준 신한투자증권 광화문금융센터 부장은 “대한민국이 망한 것이 아닌데 증시는 이미 초토화돼서 오히려 반등의 기회가 남아 있다”며 반박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국내 우량주들의 처참한 주가 성적표로 자신도 역대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가 운영하는 ‘증시각도기’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급상승한 것도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과 고통을 함께 하고 있어서라는 것이다. 곽 부장은 “메리츠금융과 KB금융은 이제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의 시동을 걸었다”며 “주주환원 상승 기울기가 점점 높아질 국내 금융업종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고 전했다.
국내 개별주식 투자가 부담스러울 경우 코스피 우량종목을 엮은 지수 ETF에 투자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날 ‘국장이냐 미장이냐 그것이 문제다’ 세미나의 연사로 선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는 “코스피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가 바닥”이라며 “KODEX(코덱스) 200과 같은 시장 지수를 중장기로 사면 된다”고 말했다. 개별 종목 중에선 오너 지분율이 취약한 곳에 대한 단기 투자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도 전했다.
같은 세미나에서 미국 주식 편에 선 백찬규 NH투자증권 주식전략팀장은 “코스피와 달리 S&P500 기업의 분기별 주당순익(EPS) 전망치는 계단식으로 오른다”며 “이런 실적 예상치를 보고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로 돈이 물려 2025년까지 주가가 좋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백 팀장과 함께 유 본부장, 곽 부장까지 연사들은 공통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투자 대상 찾기 핵심 지표로 제시했다.
자기자본이익률은 한정된 기업의 돈과 인재, 데이터를 활용해 얼마나 이익을 내는지 알려준다. 수익을 잘 내도 되지만, 배당 등 주주환원을 늘려도 이 수치가 올라간다. 백 팀장은 “트럼프 2.0 시대는 미국 기업 보호가 핵심이며 ROE가 높은 미국 빅테크로 수혜가 몰릴 것”이라고 전했다. 곽 부장은 “삼성전자가 계속해서 덩치가 커지면서도 10% 중반대의 ROE를 유지했을 땐 주가가 잘나갔는데 올 들어 한자릿수에서 반등하지 못하면서 주주들을 실망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주 사업과 방산까지 아우르는 테슬라와 대출 성장세 지속에 따른 미국 은행주도 추천 종목으로 나왔다. 반도체 업종 중에선 국내 주식 중 SK하이닉스만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엔비디아 TSMC와 함께 AI 반도체 동맹의 한 축이어서다. 곽 부장은 “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력은 삼성전자 보다 최대 2년 정도 앞섰다”며 “게다가 하이닉스는 동맹 축 중에 가장 덜 올라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이 4~5배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연말 인사 쇄신 정도를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곽 부장은 “하이닉스에도 밀린 위기감으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인사와 비용절감만 외친 재무 부서 인사를 어떻게 하는 지가 2025년 이후 실적과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렇게 투자 난도가 높은 국내 주식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의 포트폴리오 비율에서도 대만(7%) 보다 낮은 5%만 담으면 된다고 제시했다.
미국 이외 주식 중에선 TSMC가 이날 세미나에서 여러번 언급됐다. 곽 부장은 “삼성전자는 개인이 아닌 기업들에게 대량의 물건을 파는 ‘도매상’이었고 이러한 박리다매에 취해 엔비디아가 이끄는 AI 시장에 동참하지 못했다”며 “TSMC는 소량의 주문형 제품을 잘 만들어 삼성과 반대로 갔고, 최근 AI 시장에선 GPU 물량까지 독점하면서 AI 시장의 핵심이 됐다”고 평가했다.
유 본부장은 AI 시장이 과거 인터넷 확장 시대 보다 훨씬 빠르게 전개될 것이기 때문에 AI 혁명에 빠르게 올라타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인터넷이 깔리고 최종 소비자가 소비하는데 까지 20년이 걸렸다면 AI는 챗GPT와 같은 최종 서비스까지 5년도 채 안걸린다”며 “투자자 입장에선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모두 잘하는 기업에 선별 투자한다면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 중에 AI 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전무하다면서 “미국 기업이라도 하드웨어에만 치중했던 시스코와 인텔이 동반 몰락의 길을 걸었기 때문에 한쪽만 잘하는 회사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잘 나가는 이유도 이처럼 소프트웨어(iOS)와 하드웨어(아이폰 아이패드 등)를 모두 잘한 덕분이라는 것이다.
문일호 기자(ttr15@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