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경찰 고발 취소”
HD현대 “KDDX 손떼야”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사업장 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22일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경찰 고발을 취소했다. 이에대해 HD현대중공업은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 양대 조선업체간에 벌어지던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갈등이 양사 오너(김동관·정기선) 교감설 속에 해결책을 모색하는 듯했지만 오히려 더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한·미간 조선 협력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 해양 방산’의 양대 업체간 불화가 부각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화오션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 취소장을 제출했다”면서 “고발 취소를 통해 상호 보완과 협력의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국익을 위한 일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올해 3월 HD현대중공업의 KDDX 군사기밀 유출 사건과 관련해 임원 개입 여부를 수사해 달라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한화오션은 고발 철회 배경을 “정부의 원팀 전략에 적극 협조하고, 국내 조선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업체간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고발 철회 결정은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 부회장의 교감 이후 공개됐다는 후문이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중공업]
그러나 한화오션의 결정에 대한 HD현대중공업의 반응은 교감설과는 거리가 있다. HD현대는 “KDDX 사업이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히 진행되길 희망한다”며 “사업이 많이 지연된 만큼 한화오션의 방산업체 지정 신청도 철회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KDDX 수주 경쟁에서 HD현대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 한화오션의 고발 철회로 변동될 가능성을 막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한화오션의 고발에 대응해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한 것에 대해서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대승적 차원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대 조선사의 갈등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수출 시장에서 ‘코리아 원팀’ 구성도 멀어지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소탐대실’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KDDX 갈등에서 한발씩 물러나 절충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분위기로 가면 수출 실패가 뻔하고 수주 자체를 못하면 업체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안두원 기자(ahn.doowo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