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마켓사이트 외부 전광판 모습. /로이터 뉴스1
미국 테크 기업들을 대표하는 나스닥 지수가 11일 전날보다 1.77% 오른 2만34.89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2만 선을 돌파했다. 1971년 100으로 출범한 지 53년 만이고, 2020년 6월 1만 선을 돌파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나스닥 강세는 빅테크가 이끌었다. ‘M7(magnificent 7)’로 불리는 7개 대형 기술주 가운데 애플과 알파벳(구글 모기업),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모기업), 테슬라 등 5곳이 장중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미국 11월 물가 상승률(2.7%)이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고, 알파벳이 초고성능 양자 컴퓨터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와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나스닥 강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나스닥 시장은 원래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기 어려운 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만든 장외시장이었다. 작은 벤처로 시작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빅테크들이 나스닥에 많이 상장돼 있는 이유다. 지금도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3000여 기업 중에는 다우평균이나 S&P500에 편입되지 못한 신생 기술 기업이나 바이오 테크 기업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미국 경제가 첨단 빅테크 중심으로 체질을 바꾸면서 나스닥 시장도 동반 성장해 지금은 NYSE에 이어 세계 2위 증권거래소가 됐다.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를 가중평균해서 구하는 나스닥 지수는 1995년 7월 1000을 돌파한 데 이어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2000년에 5000을 넘었지만 버블이 꺼진 2001년엔 1000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오르며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비접촉) 경제가 활성화된 2020년 1만을 넘었고, 다시 4년 만에 2만을 돌파했다.
그래픽=이진영
나스닥 지수는 올 들어 33.46% 올랐다. 미국 3대 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형 우량주 30개를 모은 다우평균(17.14%)과 대기업 500개를 모은 S&P500(27.56%)을 뛰어넘는 상승세다.
나스닥 지수 2만 돌파는 “미국 경제가 정보통신기술(IT) 빅테크 중심으로 혁신 전환에 성공했다는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이승준 중앙대 교수는 “빅테크 기업들이 쌓아올린 성과와 미래 성장 기대감이 반영된 현상”이라며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같은 천재적인 기업가들이 주도한 혁신이 리플 효과(파도처럼 번지는 연쇄 효과)처럼 모든 벤처기업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