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버블 붕괴를 예측했던 인물로 유명한 가치 투자자인 하워드 막스가 미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아 장기간 수익률이 부진하거나 단기적으로 상당한 규모의 하락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공동 회장인 막스는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투자 메모에서 S&P500지수가 1998년 이후 가장 수익률이 좋은 2년을 보낸 뒤 미국 주식시장에 몇 가지 경고 신호가 떴다고 알렸다.
막스는 자신이 최근 신용에 전문성을 두고 있어 미국 증시가 버블 상태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이번 메모는 시장에 나타난 거품의 징조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투자 수익률은 그 투자 대상에 얼마를 지불했느냐에 따라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데 이는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런 이유로 투자자들은 오늘날 시장의 밸류에이션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막스에 따르면 S&P500지수의 현재 주가수익비율(PER)은 22배다. 그는 JP모간 애셋 매니지먼트의 자료를 보면 역사적으로 PER이 높으면 장기적으로 주식의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S&P500지수의 PER 22배는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에 속하며 S&P500지수에 지금 투자했을 때 향후 10년간 연평균 2%에서 마이너스 2%의 저조한 수익률을 얻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또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이처럼 높을 때는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할 수도 있지만 2000년 초 인터넷 버블이 터졌을 때처럼 증시가 급락해 멀티플(PER 배수)이 단기간에 낮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막스는 "AI(인공지능)라는 새로운 것을 둘러싸고 나타난 열광"도 문제 삼았다. AI에 대한 열광이 다른 최첨단 기술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증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언제부터 실제 생활에 적용될지도 모르는 양자컴퓨팅 붐에 휩싸여 관련주들이 실적 기반도 없이 폭등했다.
막스는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실패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장의 "암묵적 추정"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비스포크 인베스트먼트 그룹에 따르면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 테슬라 등 매그니피센트 7 종목은 지난해 S&P500지수 시가총액 상승분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막스는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지수를 따라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 등 패시브 투자의 자동 매수가 지난 2년간 S&P500지수 상승의 일부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워런 버핏이 했던 말로 알려진 "기업 이익이 (장기적으로) 매년 7%정도 성장한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면 곤경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는 문구를 많이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투자자들이 두자리수 이상의 고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주식을 매수하면 어려움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막스는 버핏에게 그런 말을 했냐고 물어봤더니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지만 "그래도 이 문구는 대단히 훌륭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인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크트리는 지난 9월 기준으로 205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올해 78세인 막스는 1990년부터 투자 메모를 작성해 공개했으며 버핏은 그의 메모에서 항상 무엇인가를 배운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