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에 이어 시총 2위 이더리움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까지 승인하면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여전히 가상자산 현물 ETF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신규 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SEC는 블랙록 등 자산운용사가 신청한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지 6개월여 만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자산운용사가 가상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금융상품이다.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되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을 직접 보유하기 때문에 가상자산 시장과 직접 연계된다.
가상자산 거래소를 거치지 않고 규제된 주식시장 내에서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고, 법인이나 기관 투자자, 연기금 등이 가상자산 보유와 해킹 등의 우려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해외 시장에서는 현물 ETF가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지난 1월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뒤 현재 총 자산규모는 531억달러(약 73조5000억원)까지 불어났고, 지난 한 주동안에만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지난 5월 발표된 SEC 13F 보고서에서 주요 연기금과 은행 등의 가상자산 ETF 투자가 확인되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 올해에만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했고, 미국은 비트코인 다음으로 이더리움의 현물 ETF까지 승인하는 등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1, 2위 디지털자산에 대한 ETF가 승인되며 전체 시가총액의 약 70%에 해당하는 두 자산을 ETF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며 "이더리움 현물 ETF에 첫 6개월간 비트코인 ETF의 30%에 해당하는 약 50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가상자산 현물 ETF를 '불법'으로 정의하고 있다.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ETF의 기초지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최근 시행된 가상자산법에서도 '시장조성행위'를 불법으로 정의하면서 ETF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SEC 승인 이후 금융위원회는 미국 등과 법 체계가 달라 해외 사례를 국내 시장에 바로 도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해외에 상장된 다른 ETF와 달리 가상자산 현물 ETF를 국내 증권사 등이 중개하는 것조차 자본시장법 위배 소지가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금융위 내 가상자산 관련 부서가 신설되고, 금융위 수장 교체 등 상황이 변하면서 현물 ETF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역시 가상자산 현물 ETF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과거 가상자산 시장에서 겪은 혼란을 고려하면 시장 육성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현물 ETF의 국내 도입이 요원해지면서 시총 2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우리나라만 동떨어지는 '디지털 갈라파고스' 우려까지 나온다. 지난 2월 홍익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가 "한국만 현물 ETF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으로 불리해질 것"이라고 말한 뒤 민주당이 총선 공약으로 현물 ETF를 내걸었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관련 입법이나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당 역시 가상자산에 대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여당과 당국이 가상자산 현물 ETF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해외 시장 변화는 관심을 가지고 주시하고 있는 만큼 이번 정무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s://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24072402100563046001&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