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프리미엄 사라져 가격 역전
국내 업비트서 0.8% 낮게 거래
美 비트코인ETF로 유동성 증가
韓선 기관 투자 막혀 거래량 정체
최근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해외보다 오히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개인투자자 자금이 대거 몰려 해외에 비해 시세가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났지만, 지금은 반대 상황이 됐다.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며 기관투자가 진입이 원활해진 미국 등과 달리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개인 투자 수요에만 의존하면서 증시에 이어 가상자산에서도 일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국내-해외 비트코인 가격 ‘역전’
17일 가상자산 시황 비교 플랫폼 ‘크라이프라이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비트코인은 1개당 약 6만7415달러(약 9226만 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약 9150만 원에 거래 중이었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 약 0.8% 싸게 사고 팔리는 셈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2017년 이후 과열 기미를 보이면서 비트코인의 원화 거래 가격이 달러화 가격보다 10∼20% 비싼 상태가 이어져 왔다. 이에 웃돈(프리미엄)을 주고 사야 한다는 의미로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이런 현상은 국내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했던 올해 초까지 이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며 비트코인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반면, 국내에선 거래량이 늘지 않으면서 가격 역전이 발생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 컷’을 단행해 위험 자산으로 돈이 돌아온 데 이어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면서 생긴 현상이다.
● 비트코인 규제로 국내 시장은 차분
해외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꼽힌다. ETF를 통해 기관 자금이 유입되며 유동성이 늘어난 데 더해 금리 인하 등 호재가 맞물리며 상승 폭이 커졌다는 것이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주동력은 미국 증시에 상장된 현물 ETF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국내의 경우 가상자산 현물 ETF 상장이 막혀 현실적으로 주요 기관의 가상자산 투자는 전면 차단돼 있다. 비트코인 거래가 개인에 의존하다 보니 거래량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의 국내 비트코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 투자로 눈을 돌리는 것도 국내 가상자산 가격 약세를 부채질하고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 사라진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세력에 의한 시세 조종 등 불공정 거래가 줄어든 결과라는 것이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테크노경영학과 교수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도입되면서 시장이 건전해진 영향”이라며 “과거엔 비트코인을 대거 보유한 ‘대형 고래’들이 가격을 조작할 수 있었는데, 강력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영향력이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