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미국 의회의 비트코인 전략자산화 법안이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오는 20일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을 기점으로 가상자산을 통한 미국 금융패권 강화 구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폭탄급 비트코인 법안 좌초... 시장 '패닉

지난해 7월,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비트코인 2024 법안'은 연방준비제도(Fed)에 전례 없는 권한을 부여하는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연간 20만개, 총 100만개의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최소 20년간 보유하도록 하는 한편, 연방준비제도(Fed) 은행의 달러 보유한도를 축소하고 연간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비트코인 매입에 할당하는 구체적인 계획이었다.

아쉽게도 이 법안은 지난해 12월 31일 폐기됨과 동시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비트코인은 24시간 만에 8% 이상 하락했으며, 리플, 솔라나, 이더리움 등 주요 알트코인들도 연쇄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대규모 비트코인 보유사로 알려진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가는 장중 15%까지 폭락하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 비트코인 저주하던 트럼프, 180도 돌변... 충격적 반전의 비밀

트럼프 당선인의 극적인 입장 변화는 정치권과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2021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기이며 달러를 위협하는 존재"라고 맹비난했던 그가, 이제는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지난 7월 트럼프는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정부가 갖고 있거나 미래에 취득할 비트코인을 100% 전량 보유하는 게 행정부 정책이 될 것”이라고 선언도 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금을 보유하고, 정부가 원유를 비축하는 것처럼 비트코인을 재무부나 연준이 전략적으로 보유하겠다는 구상이다.

월스트리트의 한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 토큰) 운동화 성공이 그의 인식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며 "디지털 자산의 잠재력을 직접 경험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브랜드의 NFT 운동화는 출시 2시간 만에 판매가 완료되며 약 1,1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 달러 제국 붕괴 위기... 중국의 반격 시작됐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보유 자산 다각화를 모색함에 따라 지난 20년간 외환보유액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중국이 지난해부터 보유 중이던 미 국채를 대규모로 매각하기 시작했으며,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연합체인 브릭스(BRICS) 회원국들과 함께 달러를 배제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한 연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금융 패권이 무너지면 미국의 세계 지배력도 끝난다"며 "이미 2년 전부터 비상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대응책을 마련해왔다"고 밝혔다.

◆ 트럼프의 비밀 무기... 스테이블코인으로 세계 장악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가상자산 지지 선언이 단순한 정책 변화가 아닌 미국의 새로운 금융 패권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한다. 이는 단순한 시장 변화가 아닌 치밀하게 계산된 '디지털 달러 제국' 건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그 실체가 이젠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테더(USDT)와 같은 스테이블코인의 전략적 활용이 주목받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화 등 기존 화폐에 고정 가치로 발행되는 암호화폐를 말한다. 2024년 3분기 기준 테더(USDT)는 무려 1,025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의 외환보유고 25%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 전직 연준 이사는 "스테이블코인은 21세기형 달러 종속 시스템의 완성판"이며 "개인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달러 시스템에 편입되도록 설계된 완벽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월가의 30년 경력 트레이더 출신 A씨는 "비트코인 거래의 90% 이상이 테더(USDT) 등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진다"며 "비트코인 열풍은 결과적으로 전 세계 자금을 달러 시스템으로 흡수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실생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서울 동대문시장의 한 도매상인은 "최근 2년 사이 중국 바이어들이 위안화 대신 테더(USDT)로 결제하는 경우가 급증했다"며 "이제는 매출의 70% 이상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뤄진다"고 증언했다.

출처 : 한스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