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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도 못 낸다" 남북경색·고물가에 상권 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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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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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떠난 접경지역 '악화일로'

철·화·양 2만2000명 전출 추정

양구 음식점 폐업률 21.9% 심각

"공무원 제외 발길 뚝, 각자도생"

"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전부 각자도생입니다."


화천군 사창리에서 대를 이어 70년 넘게 장사한 김 모(69) 씨는 군부대 해체 이후 동네 변화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그는 "세 놓은 두 집이 집세는 물론 전기료도 못 내고 있다. 지난 4월 들어온 한식집은 월세 80만원을 한 번도 내지 못하다 보증금 1000만원 다 까먹고 결국 문을 닫는다"며 "부모님 때부터 발붙여 살고 있어 남아있지, 그렇지 않으면 진작 떠났다. 기댈 곳은 몇 명 안 남은 단골뿐"이라고 했다.


강원도 접경지역 상권이 빠르게 쇠퇴하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고물가·고금리로 소비가 얼어붙은 것에 더해 군부대가 해체하거나 이동하면서 상권을 찾는 발걸음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출구 없이 악화일로인 남북 관계는 접경지역 위기를 더하고 있다.


21일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발표한 강원 지역 자영업자 폐업 현황을 보면 폐업률은 2021년 9.5%에서 2022년 9.2%로 소폭 줄다 지난해 9.8%로 증가 전환했다. 올해는 10.6%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 관계자는 "강원도 자영업자 폐업률은 코로나19 이후 지속 하락하다 지난해부터 상승하고 있다. 올해도 지속 높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매점과 음식점업의 폐업률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업종별 폐업률을 보면 소매업은 16.7%, 음식점업은 15.7%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각각 2.9%, 1.8% 상승했다.


특히 접경지역이 심각하다.


이 지역 음식점 폐업률은 올해 기준 양구 21.9%, 철원 17.2%, 화천 9.1%, 고성 7.9%, 인제 6.3%로 각각 추산됐다. 군부대가 해체되거나 이전한 철원, 화천, 양구는 강원도 평균(10.6%)을 훌쩍 넘거나 인접했다. 각 지역 폐업률은 올해 9월까지 폐업 건수를 근거로 추정한 값이다. 한은 강원본부 관계자는 "군부대 이전·통폐합에 더해 남북 관계 갈등이 고조되면서 이들 지역의 폐업률이 유독 높게 나타났다"고 했다.


강원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 화천(27사단·2022년 해체)·양구(2사단·2019년 해체)·철원(3사단·6사단 2024년 이전) 등 도내 군부대가 해체 및 이전하면서 약 2만2000명이 지역을 떠난 것으로 추정됐다.


양구군에서 10년간 돈가스집을 운영한 김복자(65) 씨는 "부대가 없어지기 전에는 하루에 한 달 월세를 벌기도 했다"며 "요즘에는 점심에 잠깐 먹고 가는 공무원을 제외하면 손님이 없다"고 했다.


화천 사창리에서 20년간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전모(65) 씨는 "군인들 외출·외박 지역 제한까지 풀리니 주말이면 문 여는 가게가 없다. 남북 긴장까지 더해져 코로나 때보다 힘들다"고 했다.


김덕형 duckbro@kado.net


#전기료 #고물가 #남북경색 #군부대 #폐업률


김덕형 기자 duckbr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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