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코인 거래대금 17조 원, 코스피·코스닥 더한 16조 원보다↑
트럼프 랠리 한창 때 은행 예치금은 10조 원 '뚝'
충청권 수신도 한 달 새 2조 원↓…"머니 무브 현상"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해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코인 광풍'이라는데 나만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어서다."
대전 직장인 윤 모(30) 씨는 최근 이른바 '코인 빚투' 행렬에 동참했다. 비트코인 개당 가격이 10만 달러 가까이 치솟는 등 가상자산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이를 통해 큰돈을 벌었다는 SNS 인증 글들이 넘쳐나자 초조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윤 씨는 "옆에서 얼마 벌었다고 하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큰돈을 투자한 건 아니지만, 왜인지 코인 열풍에 동참해야 할 것 같은 사회 분위기 아닌가"라고 말했다.
모방심리를 뜻하는 '디토(Ditto)' 문화와 주변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때 불안감을 느끼는 '포모 증후군'이 MZ 세대의 투자 심리를 파고들며, '빚투'를 부추기고 있다.
27일 오후 4시 기준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24시간 총거래 대금은 16조 7000억 원이다. 이는 이날 기준 코스피 코스닥 시장 거래대금을 모두 합친 15조 600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많다.
'트럼프 랠리(강세장)'가 한창이었던 이달 둘째 주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1조 원에 달하기도 했다. 코인 통계 사이트 코인게코는 11-17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평균 거래대금이 미국 대선이 있던 전 주 대비 187% 증가했으며, 미국 대선 직전 주간과 비교하면 486% 급증했다고 밝혔다.
코인을 구매하기 위한 코인거래소 예치금도 이달 들어 약 2주 만에 2조 4000억 원 증가하기도 했는데, 투자금 상당수가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에서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기성 자금인 요구불예금은 10조 1186억 원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자산, 증권 등으로 은행권 자금이 이동하는 '머니 무브(자금 이동)' 조짐이 뚜렷한 것.
머니 무브 현상은 충청권에서도 이어졌다. 국내 증시가 심각한 수준의 부진을 보였던 지난 9월 충청권 금융기관 수신 잔액은 한 달 새 2조 5007억 원 빠져 올 들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다만, 과도하게 투자 심리가 자극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크다. '빚투' 실패에 따른 원금 손실과 함께 이자 비용 부담의 리스크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의 경우 한때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며 개당 10달러에 육박했지만 금세 9만 달러 초반까지 떨어지는 등 널뛰기를 거듭하면서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권 예금이 투자처로 옮겨가는 현상이 충청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예·적금 금리 인하의 영향도 있겠지만, 트럼프 트레이드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과열된 양상이다. 투자에 대한 부담과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선 기자(gzazoo88@daej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