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M·첨단공정 D램에 힘싣고
사장급 CTO 신설로 변화 꾀해
'강한 2등' 전략 통해 수익성↑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이 메모리 사업부장을 직접 총괄하며 근원적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낸다. 메모리 기술력 초격차를 통해 반도체 부문 실적 개선을 앞당긴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진만(왼쪽)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과 김용관(오른쪽) DS부문 경영전략담당 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은 또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사업 방향에도 큰 변화를 줬다. 한진만 신임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남석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수율 확보에 집중해 파운드리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27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 따라 전 부회장은 메모리 사업부장을 겸임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공정 D램 개발에 힘을 싣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는 계획한 시기에 엔비디아 HBM3E(5세대)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에 HBM 기술력 우위를 내어줬고, 창사이래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을 추월당할 처지에 놓였다.
전 부회장은 차세대 HBM 개발은 물론 양산까지 직접 진두지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HBM4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사들보다 앞선 '초격차' 입지를 되찾아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현재 HBM 전공정인 D램 재설계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 재설계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수 있지만, 삼성은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처럼 결정했다. 여기에는 전 부회장의 의지가 풀이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4에서도 밀리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한다는 각오로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사장급 CTO 직을 신설하며 큰 변화를 줬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빅테크 고객사로부터 일감을 수주를 받아 칩을 대신 제작해주는 사업이다. 안정적인 양산 기술 뿐만 아니라 고객사와의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이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과 남석우 파운드리 CTO를 각각 선임해 파운드리 조직을 이원화했다.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이 미국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주력하고, 남석우 CTO는 파운드리 미세공정과 수율 확보를 진두지휘하는 체제다.
삼성전자는 최근 파운드리 사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이은 2위이긴 하지만 점유율 차이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올 3분기에 파운드리 사업부가 기록한 적자 규모는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턴키 솔루션 전략을 과감히 수정하고 수익성 확보에 주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분기 컨퍼런스 콜 당시 HBM4용 '로직다이(베이스다이)' 파운드리를 TSMC에 맡길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는 당장의 파운드리 매출 증대보다 내실을 기하고, 동시에 HBM 경쟁력 확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가 '강한 2등' 전략을 구사해 수익성을 끌어 올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며 "미국 정부가 TSMC의 파운드리 독점을 원하지 않는 상황인 만큼, 삼성에게는 분명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삼성의 이번 인사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주문한 강력한 쇄신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5일 부당합병 의혹 2심 최후진술에서 "최근 들어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도약을 위해 메모리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할 체제로 전환하고 파운드리 수장을 교체했다"며 "글로벌 리더십과 우수한 경영 역량이 입증된 시니어 사장들에게도 브랜드·소비자 경험 혁신 등의 도전과제를 부여해 삼성의 중장기 가치 제고에 주력하게 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ssun@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