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임원 5명 “새해 증시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 코스피 지수가 2250포인트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하반기 주가가 상반기보다 좋은 ‘상저하고(上低下高)’ 장세를 예상했다. 다만, 국내 정치적 불안정과 외국인 수급 회복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관세 추가 부과 가능성 등도 악재로 남아 있다. 투자 추천 업종으로는 조선을 가장 많이 꼽았고,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는 미국을 들었다.
조선일보가 국내 주요 증권사 5곳의 자산 관리(WM) 담당 임원들에게 2025년 코스피 시장 전망을 설문한 결과, 미래에셋·한국투자·KB증권 등 3곳은 올해 코스피 하단을 2300으로 내다봤다. 작년 말 2360선까지 하락한 코스피가 2.5%가량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하단을 2350으로 가장 긍정적으로 봤고, NH투자증권은 2250으로 가장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대부분 하반기 증시가 상반기보다 나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균 미래에셋 투자전략부문 대표는 “코스피 2300은 PBR(주가순자산비율) 0.8배로 역사적 저점”이라며 “인공지능(AI)이 이끄는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연장되고, 밸류업(기업 가치 제고)과 상법 개정 등 주주 환원 정책이 한 단계 진전할 경우 PBR 1배 이상인 2850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재경 NH투자증권 리테일 사업총괄부문 대표도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정과 고환율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우려, 기업 이익 추정치 하향 등으로 연초에는 코스피 약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1분기 말 기업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마무리되고 미국의 감세 효과가 나오면 2분기부터는 주가 반등이 예상된다”고 했다.
그래픽=백형선
“올해는 조선의 해”
5대 증권사 WM 임원들은 유망 투자 업종으로 대부분 ‘조선’을 꼽았다.
김민균 미래에셋 대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최고 수혜주로 미국 군함 수주 가능성, LNG선 수주 가능성 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투자 유망 업종으로 올랐다.
이재경 NH투자증권 대표는 “AI 기술의 발전과 수요 증가로 고성능 컴퓨팅 자원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반도체 산업의 중장기 성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박민배 KB증권 상품전략그룹장 전무는 “지금까지는 ‘하드 AI’가 주목받았지만, 앞으로는 ‘소프트 AI’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추천 지역은 ‘미국’
WM 임원들 대부분은 올해 가장 유망한 투자 지역으로 미국을 추천했다.
박재현 한투증권 그룹장은 “현재 미국만이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는 우호적 환경”이라며 “전 세계 자금이 안정성과 수익성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미국 주식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배 KB증권 전무는 미국을 최우선 투자 추천 국가로 꼽으면서도, “한국 증시도 현재의 불확실성이 개선될 경우 실적 턴 어라운드 업종을 중심으로 빠른 수급 개선이 예상된다”고 했다.
김민균 미래에셋 대표는 “구조적으로는 미국, 장기적으로는 인도, 순환적으로는 한국”이라며 “인도의 경우 최근의 경기 둔화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향후 5년 명목 GDP 성장률 10~11%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강달러가 당분간 뉴 노멀
증권사들은 강달러가 당분간 뉴 노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재현 한투증권 그룹장은 “당분간 원화 환율은 1400원 선 이상에서 움직이며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균 미래에셋 대표는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며 “대내적으로 한국의 경기 둔화와 정치적 상황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중 리스크 등 격화 시 추가로 환율이 오를 우려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반기로 갈수록 원화 환율이 안정될 것으로 봤다. 박경희 삼성증권 WM부문장 부사장은 “하반기에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중국의 부양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며, 미국 외 지역의 경기 모멘텀 개선이 가시화돼 달러의 완만한 약세 전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 하단을 1320원으로 가장 낮게 잡은 이재경 NH투자증권 대표도 “하반기로 갈수록 수출 기저 효과가 해소되고, 순환적인 경상수지 회복 속 FDI(외국인직접투자) 자본 유출도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의 최고 리스크는 정치
전문가들은 올해 가장 큰 리스크로 정치를 꼽았다.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지에 모르는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라는 것이다. 박경희 삼성증권 부사장은 “예상과 달리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인상이 시행되는 경우, 달러 강세는 다소 장기화되고 변동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WM 임원들은 올해 최고의 유망 투자처로 ‘미국 주식’을 꼽았다. 박민배 KB증권 전무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대부분 주식에 긍정적이다”라며 “특히, 미국이 리플레이션(물가가 오르지만 인플레이션은 아닌 상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전망돼 주식투자를 선호한다”고 했다. 그러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와 폭 조절은 시장금리의 하락을 제한해 채권의 기대 성과를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한투증권 그룹장은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미국 가치주’를, 이재경 NH투자증권 대표는 ‘미국 배당주’를 꼽았다. 이 대표는 “미국 주식시장이 꽤 오른 상태라 방어적 성격의 배당주 중심 투자를 추천한다”고 했다.
이혜운 기자 liet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