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이 지난해 기업가치 제고를 목표로 진행한 인적분할과 재상장이 오히려 기업가치 하락이라는 역풍을 맞았다. 주가 하락과 시장 반응은 기업의 사업 구조 개편이 투자자들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14일 업계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지난해 6월 호텔 사업부를 담당하는 파르나스를 분리해 GS피앤엘(GS P&L)로 독립시키는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이 결정은 편의점, 슈퍼, 홈쇼핑,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이 한 회사에 혼재되면서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내부 판단에서 비롯됐다.
당시 GS리테일의 시가총액은 2조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편의점 사업이 주력인 BGF리테일과 비슷했다.
이에 디해 GS리테일 측은 슈퍼, 홈쇼핑, 호텔 등 주요 사업부의 가치는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GS리테일과 GS피앤엘이 각각 재상장된 이후,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GS리테일 주가는 재상장 이후 12거래일 동안 26.7% 하락해 1만6960원으로 내려앉았다. GS피앤엘은 30% 넘게 떨어졌다.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조8000억원으로, 인적분할 발표 당시보다 약 10% 감소했다. GS리테일 단독 시가총액은 약 1조4100억원으로, 경쟁사 BGF리테일(약 1조76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국내 증시에서 ‘쪼개기 상장’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부정적 이미지를 안고 있다. LG화학, 카카오 등 대기업들이 유망 사업을 물적분할해 별도 상장시키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례들이 반복되면서다.
GS리테일은 물적분할 대신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들에게 GS피앤엘의 주식을 배분했음에도 시장의 반응을 돌리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분할 자체가 기업가치 상승과 무관하다고 지적한다. 신영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분할보다는 각 사업부가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의 본질적 해법”이라며, 이번 분할은 GS그룹의 지주사 GS가 배당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분할 재상장의 시점도 문제였다. 지난해 말 발생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은 유통업과 호텔업에 큰 타격을 줬다.
호텔 사업의 경우 2023년 객실 점유율과 평균 객실 단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정치적 혼란으로 해외 관광객이 급감하며 매출이 급락했다.
서울 시내 주요 호텔의 객실 요금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음에도 대부분의 객실이 비어가는 상황이 이어졌다.
이처럼 편의점과 슈퍼마켓, 홈쇼핑 등 주요 유통 사업부 역시 내수 소비 침체와 맞물려 매출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GS리테일은 각 사업부의 강점을 내세워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결과적으로 복잡한 사업 구조는 시장의 신뢰를 얻지 못한 셈이다.
향후 주가 회복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한국투자증권은 GS리테일의 지난 2023년 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9.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는 시장 기대치에 10%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비상계엄 여파와 인건비·프로모션 비용 증가로 영업 효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출처 : 더퍼블릭(https://www.thepubli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