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장중 1460원 초반대에서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간밤 급등했던 달러화가 소폭 진정되고, 1470원대에서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 물량이 출회될 것이란 경계감이 환율 상단을 누르고 있다.
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7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70.8원)보다 9.0원 내린 1461.8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5.8원 내린 1465.0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67.5원) 기준으로는 2.5원 내렸다. 개장한지 얼마 되지 않아 환율은 1461.5원으로 하락 폭을 확대했으나, 이내 다시 반등하며 오전 10시 32분께는 1466.9원까지 올랐다. 이후 다시 환율은 하락하며 1460원 초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비농업 고용 서프라이즈 여파가 이어지면서 간밤 달러인덱스는 110을 돌파했다.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아시아 장이 열리면서 달러 강세는 전일 수준으로 되돌림을 나타내면서 환율도 내려갔다. 달러인덱스는 13일(현지시간) 저녁 10시 8분 기준 109.59를 기록하고 있다.
아시아 통화는 전일대비 소폭 약세를 나타내며 관망세다. 달러·엔 환율은 157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34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일본은행(BOJ)의 히미노 료조 부총재는 오는 23~24일에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BOJ가 금리 인상 판단에서 중시하는 임금 인상에 대해서는 “9일에 BOJ 지점장 회의를 열었는데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보고가 많았다”며 “지속적인 임금 인상을 중기 경영 계획에 포함하는 등의 보고가 여러 건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임금 인상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중국은 달러·위안 환율 7.35선을 사수하기 위해 위안화 가치 안정화 의지를 연이어 표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날 달러·위안 환율은 7.35선을 하회해 움직이고 있다.
환율 상단에서는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 헤지 경계감이 작용하면서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은행 딜러는 “새벽 중에 달러 강세가 좀 꺾였고, 1470원에서는 국민연금의 환 헤지 경계감이 계속 있어서 환율이 무거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 우위를 나타내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200억원대를 순매도하는 반면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억원대를 순매수하고 있다.
오는 15일 미국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발표, 6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만약 미국 물가가 예상치를 상회하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환율은 다시 1500원에 바짝 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경계감과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 인하에 무게가 실리면서 환율 급등 가능성은 적을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은행 딜러는 “외환당국도 국민연금도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줬고, 굳이 한은도 지금의 안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뒤엎으면서까지 동결할 이유는 없는 듯 하다”며 “이번에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해도 거시경제적인 접근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이번주 금리 인하를 한다고 해도 국민연금 경계감에 환율은 1470원에서는 막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