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양손에 2개의 아름다운(?) 단어를 들고 정복에 나섰다. '트럼프 1기'에서 진화한 '트럼프 2기'는 빠르고 압도적이다.
미국 우선주의, 보호주의 등의 가치와 이념을 내세우지 않는다. 미국을 망친 세계화, 그 주범으로 꼽는 자유무역에 맞서 그는 관세를 '말'할 뿐이다.
동맹국이건 적국이건 상관없다. 무역으로 미국을, 미국인을, 미국 제조업을 괴롭힌 나라가 타깃이다. 세계화 시대에 전세계가 그의 상대다.
1차 대상은 캐나다·멕시코·중국이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가 제일 큰 나라다. 안보 문제까지 엮으면 관세 폭탄은 당연하다. 동맹도 예외가 아니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로 미국 옆에서 열매를 빼 먹은 국가다.
관세청구서를 받은 국가들은 트럼프의 다른 손에 있는 '자비'를 바라본다. 자비를 위해선 선결제가 필요하다. 외교적 판단일 수도, 정무적 제스처일수도, 실리적 선물일 수도 있다.
취임 전에 이미 전세계가 길들여지고 있다. 보편관세는 어느새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세율 10% 정도면 선방한 것 아니냐고 미리 예단할 정도다.
세계 각국은 관세 청구서에 앞서 제시할 카드를 만드느라 분주하다. 2024년말 기준 대미 수출 비중이 전체의 18%를 차지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내 국책연구원은 최대 304억달러(약 44조원)의 대미 수출액 감소를 전망한다. 대미 수출 감소에 따라 한국경제의 부가가치도 하락한다. 수출 효자 품목일수록 타격이 불가피하다.
미국과 교역에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은 전체 흑자의 70%를 차지한다. 반대로 미국에겐 70% 적자란 의미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통령 유세과정에서도 수차례 강조한 부분이 자동차 관세다.
방위비 협상, 에너지 수입 확대 등 자비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카드도 없지 않다. 1기 트럼프 때보다 더욱 정교하고 직접적인 통상 정책을 펼칠 미국이지만 우리도 '이미 한번 상대해 본' 경험을 갖고 있다. 직접적인 철강, 알루미늄 관세 폭탄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수정 협상을 거치면서 우리만의 실리를 찾은 바 있다.
'때린다고 맞는' 관계도 아닐 뿐더러 '때렸을 때 한쪽의 이익만 극대화'되는 한미 관계도 아니다. 미국과 미국 제조업을 망친 나라가 아니라 협력한 나라라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관세지만 상호호혜적 관세가 될 수 있도록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한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은 제조업을 재건해야 하는데 가장 필요한 게 파트너"라며 "패권 구도에서 한국과 미국이 협력하면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자칫 잘못하고 최우방국인 우리에게 관세를 부과하면 모멘텀이 상실될 수 있다는 공감과 이해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조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