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12월 가계대출이 9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브레이크가 걸렸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도 고점이던 8월의 10분의 1로 크게 꺽였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대책 등에 주택 거래가 줄었고 2금융권으로 쏠리는 이른바 '풍선효과'도 나타난 결과다.
기업대출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의 시설자금 투자가 줄고 연발 재무비율 관리 등 계절적 효과와 은행권의 대출 목표치 달성에 따른 건전성 관리 등의 영향이 맞물리며 12월 기준 2016년 이후 최대폭의 감소를 기록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46조원 늘었다. 2021년 71조8000억원 증가 이후 2년 만에 최대치다. 주담대가 52조1000억원 증가했고 기타대출은 5조9000억원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4000억원 줄어든 1141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월(-1조7000억원) 이후 첫 감소로 12월 기준으로는 2021년(-2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올해 3월 1조7000억원 감소 후 상승 전환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등을 앞둔 8월 9조2000억원 고점으로 치솟았지만 9월(+5조6000억원)에 이어 10월(+3조8000억원), 11월(+1조9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난 달 주택담보대출은 902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폭은 넉달 연속 감소세로 지난달 주담대는 8000억원 늘며 전달(+1조5000억원) 증가폭의 절반에 그쳤다. 8월 고점(+8조2000억원)보다는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당국 가계대출 관리에 2금융 풍선효과
한은 측은 지난해 12월 가계대출에 대해 주택거래량 감소와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지속 등에 기인한다고 풀이했다. 정부는 9월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했고, 은행들도 가산금리 확대 적용 등 대출 금리를 높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7월 4만9000가구에서 11월에는 3만1000가구로 줄었다. 같은기간 수도권 아파트 매매는 2만7000가구에서 1만2000가구로 감소했다. 전국 아파트 분양물량은 2만2000가구에서 2만1000가구로 떨어졌다.
12월 은행권 대출 옥죄기에 대출 수요가 2금융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2월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달보다 2조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3년1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한 8월 9조7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2금융권의 12월 가계대출은 마이너스를 기록한 은행권과 달리 전분기보다 2조3000억원 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2금융권의 11월 가계대출은 3조2000억원 늘며 2022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은행권(+1조9000억원)을 웃돈 바 있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2금융권 주택 관련 대출이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주로 신축 아파트 입주와 관련된 집단대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둔화 추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전체 금융권의 주택 관련 대출 숫자는 8월을 고점으로 상승세가 하락전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가계대출은 낮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긴 시계에서는 금융여건 완화 기대로 대출 금리가 낮아지고 주택 거래 활성화가 배제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에 투자 줄며 기업대출도 위축
은행의 기업대출은 지난해 6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은 26조7000억원을, 중소기업은 40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는 각각 35조5000억원과 5조1000억원을 보였다.
연말 기업들의 재무비율 관리 등 계절적 요인 등으로 지난달 11조5000억원 줄며 131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2월 기준으로는 2016년 15조1000억원 감소 이후 최대 감소로 4분기 전체로도 마이너스다.
중소기업대출은 2조원 증가에서 7조1000억원 감소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대기업대출은 2000억원 증가에서 4조3000억원 감소로 전환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기업들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주요 은행들의 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한 대출영업 축소, 부실채권 매·상각 등에 대기업은 기업의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한도대출 상환, 대내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시설자금 수요 둔화 등으로 상당폭 감소했다.
회사채는 기관들의 연말 북클로징 영향으로 순발행 규모 축소에 지난달 3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CP·단기사채는 연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 상환 등으로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순상환됐다.
박 차장은 "기업대출의 경우 12월에는 연말 재무비율 관리 등 계절적 효과가 있다"면서 "특히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가 이례적인데 전반적으로 지난해 말 수요 측에서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시설자금 투자가 줄고 공급 측에서는 목표치 달성에 건전성 관리 등이 맞물렸다"고 말했다.
뉴시스 남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