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에서 양자컴퓨터 관련주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며 서학개미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대장주로 꼽히는 아이온큐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5.92% 오른 29.51달러로 장을 마무리했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6일(51.07달러) 이후 5거래일 만에 42.22% 급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퀀텀컴퓨팅은 58.93%(18.09달러→7.43달러), 리게티컴퓨팅은 54.13%(19.51달러→8.95달러), 디웨이브퀀텀은 53.67%(10.21달러→4.73달러), 실스큐는 52.65%(7.73달러→3.66달러) 각각 하락했다.
양자컴퓨터 대장주인 미국 아이온큐 지수를 3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이 손실률 100%를 넘어가면서 상장 폐지 절차를 밟기도 했다.
양자과학기술의 핵심인 양자 컴퓨팅 기술은 양자역학의 원리를 정보처리에 적용한 것으로, 기존 컴퓨터 기술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미래 컴퓨터 기술이다.
일반 컴퓨터가 정보를 다루는 단위는 0과 1 두 가지다. 이때 사용되는 연산단위는 비트(bit)다. 이와 달리 양자컴퓨터는 양자의 중첩, 얽힘 현상을 활용해 0과 1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슈퍼컴퓨터가 1초에 1000조 번을 계산할 동안 딱 1번만 계산해 값을 구할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는 슈퍼컴퓨터가 10셉틸리언(10의 24제곱)년에 걸쳐 풀 문제를 5분 만에 풀어내 이목을 끌었다.
서학개미들은 구글이 새로운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을 알린 지난해 12월10일부터 양자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양자컴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를 잇는 미래기술로 꼽히며 투자 심리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아이온큐 주식 보관 금액은 30억9000만 달러로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미국 주식 5위였다. 리게티컴퓨팅(7억5008만 달러), 실스큐(3억2765만 달러) 등도 50위권에 들었다.
하지만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지난 7일(현지 시간) 'CES 2025'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상용화까지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히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지난 10일에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내가 아는 바로는 양자컴퓨터가 유용한 패러다임이 되기까지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게 많은 사람의 생각"이라고 발언, 2차 폭락을 불러일으켰다.
다만 양자 컴퓨팅 업계는 이같은 시각에 적극 반박 중이다. 앨런 바라츠 디웨이브퀀텀 CEO는 "젠슨 황의 주장은 완전히 틀렸다"고 맞섰다. 아이온큐 공동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도 "황의 발언은 20년이 지나면 엔비디아처럼 시가총액 3조 달러의 양자컴퓨팅 기업이 나온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14일(현지 시간)에는 아이온큐(5.92%), 리게티컴퓨팅(47.93%), 퀀텀컴퓨팅(13.96%) 등에 저가 매수세가 몰리며 양자컴 관련주가 반등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키움증권 김승혁 연구원은 "이달 둘째주에 미국 증시가 조정 흐름을 보였다"며 "젠슨 황이 양자컴퓨터 상용화 시점을 20년 뒤로 발표하며 관련 주가 급락을 유도한 것이 증시 하락의 트리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양자컴 관련 기업들은 아직 꾸준한 실적을 보이지 봇하고 있다"며 "기대감이 높은 상황에서 추세적 수혜를 볼 수 있지만, 실적이 증명되는 과정까지는 주가 흐름은 큰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최보원 연구원은 "양자컴 관련주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직후 단기 반등이 컸다"며 "젠슨 황 발언 후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원은 "단기적 급등락 반복 구간이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며 "대형 IT 업체들의 실적 발표 및 행사에서의 발언 등에 따른 급등락세 반복이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뉴시스 박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