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와 은행간 구조가 변화하면서 현행 '1거래소-1은행' 정책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용자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주의적 원칙이란 지적이 나오면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점유율 2위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의 원화 입출금 은행이 오는 3월 24일부터 KB국민은행으로 전환된다. 지난 2018년부터 제휴를 이어온 NH농협은행과 동행이 7년 만에 끝난 셈이다.
당장 큰 변화를 맞는 주체는 이용자다. 원화 입출금 은행 전환에 따라 국민은행 계좌 개설 및 등록(연동)을 마쳐야 기존과 동일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서다. 빗썸 측에 따르면 국민은행 계좌를 등록하지 않을 경우 원화 입출금 및 원화마켓 거래 등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은행 전환 이후 계좌 연결을 거절할 경우 이용자가 보유한 원화 자산은 신청 계좌로 환급 처리된다.
이를 두고 일부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빗썸 서비스를 기존처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하지 않아도 국민은행 계좌를 새로 터야 하기 때문이다. 또 시중은행 특성상 인터넷 뱅킹보다 계좌 한도 인증이 까다로운 점도 장애물로 꼽혔다. 농협은행과 계좌를 동시에 연결할 수 없냐는 의견도 함께 제기됐다.
이에 업계에서는 '1거래소-복수은행' 정책에 대한 변경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업계 대표적 그림자 규제인 '1거래소-1은행'을 고집한 결과가 이같은 이용자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에서다.
1거래소-1은행은 법적인 근거는 없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7년부터 자금세탁방지 등의 이유로 거래소 하나당 특정 은행 한 곳과만 원화 입출금 제휴를 맺도록 암묵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의 경우 복수 은행을 통해 주식거래 계좌를 지원하고 있다. 1거래소-1은행 원칙은 가상자산 이용자를 차별하는 규제에 가깝다"며 "올해 트럼프발(發) 호황장을 맞아 1거래소-복수은행 체제가 도입된다면 이용자 편의성과 글로벌 경쟁력이 동시에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거래소 관계자는 "금융 정보 노출에 민감한 이용자 입장에서 새로운 계좌를 새로 파는 것은 큰 불편이자 부담일 수 있다"며 "거래소 입장에서도 고객 확보의 문이 좁아질 뿐 아니라 투자자 이탈의 문제까지 있다. 이런 탓에 1거래소-1은행에 찬성하는 업계 관계자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 변경에 따른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적어도 시행 이후에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며 "모든 금융업계에서 통용되는 이런 제도가 1은행=1거래소'라는 그림자 규제 때문에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행정 편의주의"라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나왔다. 1거래소-1은행 원칙 도입 때보다 성장한 시장에 맞게 새로운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현재는 1거래소-1은행을 도입할 당시보다 가상자산 이용자 수가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거래소들의 예치금이나 가상자산 보유액도 대거 증가한 상황"이라며 "이용자 보호법까지 마련된 현재 시장에 맞게 정책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시스 이지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