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수입세 등 해외기업의 세금 징수를 위한 정부 기관을 만들겠다며 모든 수입품에 대한 '대규모 관세 부과'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를 두고 미국 경제학자들은 관세는 결국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이 미국인의 세금 인상이 될 거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4일(현지시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적었다. 이어 "우리는 우리와 무역에서 돈을 벌어가는 그들(해외기업)에게 청구하기 시작할 것이며, 그들은 드디어 공정한 몫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며 "1월20일(취임일)은 대외수입청의 탄생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국세청(IRS)을 통해 우리의 위대한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왔다. 연약하고 한심할 정도로 약한 무역 협정을 통해 미국 경제는 세계에 성장과 번영을 가져다주면서 우리 자신에게는 세금을 부과했다"며 대외수입청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대외수입청의 설립이 기존 정부 기관의 기능 확대인지, 새로운 정부 기관 탄생인지, 어느 부처에 소속되는지 등의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
대외수입청은 기존 정부 기관의 기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의 소식통 등을 인용해 "대외수입청은 재무부 내 기존 부서의 이름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설립될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당선인은 정부효율부(DOGE)를 통해 정부 운영 간소화, 연방정부 예산 절감을 추진하려 한다"며 "대외수입청이 새로운 정부 기관으로 탄생하는 것은 정부효율부의 계획과 배치돼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들과 외신은 연방정부에 이미 관세 징수를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외수입청 설립은 세금 인상을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는 종종 외국이 관세 대가를 지불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수입업자가 관세를 지불하고, 기업은 (수입품) 가격 인상으로 비용 대부분을 전가한다"며 CBP와 대외수입청에서 관세를 중복으로 징수하는 것은 미국인이 낼 세금이 더 많아지는 것이라고 짚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재무부 차관보 출신인 킴벌리 클라우징 UCLA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경제적) 증거는 미국 수입품 구매자가 관세 부담을 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대외수입청 설립은) 미국인 세금의 인상을 외국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위장하려는 트럼프의 욕망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맨해튼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자 상원 재무위원회의 전 공화당 참모인 브라이언 리들도 블룸버그에 "기존 연방 기관이 이미 관세 수입을 징수하는 상황에서 이를 중복하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며 "외부 수입에 대한 관세를 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관세를 부담하는 미국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정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