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미국 차기 정부 국방장관 지명자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한 것 관련해,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신센터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헤그세스의 발언에 관한 질문에 "그 사안에 대한 우리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그러한 인식까지 가지 않았다"고 답했다.
미국은 북한이 오는 2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전후로 도발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커비 보좌관은 "그들은 며칠 전에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우리는 이를 매우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며칠 내 할 일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다"면서 "그는 이러한 미사일 발사를 계속하고, 도발을 지속하며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 정권과 비핵화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지속해서 밝혔는데 그들은 일관되게 논의를 거부했고 대신 이러한 도발을 감행했다"며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에서 정보수집 능력을 강화했고 한미 간, 한미일 간 능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부연했다.
커비 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대화 가능성과 관련 "트럼프 당선인에게 달렸다"고 답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결과적으로 성과 없이 끝나게 된 상황에서 다른 접근법이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김정은 정권에 전제조건 없이 앉아서 대화하겠다고 말하는 것 외에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나 모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이날 헤그세스 지명자는 상원 인사청문회에 제출한 현안 답변서에서 "핵보유국으로서 북한의 지위(status as a nuclear power)와 핵탄두를 운반하는 미사일 사거리 확대를 위한 북한의 집중적인 노력, 증가하는 사이버 능력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세계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밝혔다.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한 것이다.
헤그세스 지명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한 미국과 동맹국의 방어를 개선하기 위해 취해야 할 추가 조치가 있느냐'는 질의에 "핵과 미사일 무기의 증가를 막는 노력과 더불어 특히 미국 본토를 위한 미사일 방어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러시아, 중국,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확장 또는 현대화한 방법에 관해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이들 국가가 미국과 동맹국에 점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러시아, 북한은 핵무기 능력을 크게 확장하고 현대화했다"며 "이는 미국과 동맹국에 점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북한은 핵무기 비축량을 늘리고 탄두와 이동식 발사체의 소형화를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은 핵전쟁 교리 개정을 발표했다"며 "이러한 변화와 개선된 핵전력(특히 전술 시스템)의 결합은 억지력을 약화하고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재래식 작전을 지원하기 위한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우주 역량에 대해서도 계속 경계할 것"이라고 했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인 헤그세스는 국방장관에 지명된 뒤 여러 자질 논란을 겪고 있다. 그는 군 출신이긴 하나 고위직은 아니었고 국방부 근무 경력도 전무했다. 조직 운영 경험도 없는 1980년생 40대 소령 출신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바로 아래에서 미군을 지휘할 실무 총책임자로 발탁된 것은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밖에도 성 비위 의혹, 성차별 발언, 과도한 음주 문제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머니투데이 이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