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의 암호화폐 활용이 급증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제재 대상 국가와 단체의 불법 암호화폐 거래가 전체의 39%를 차지했다. 이는 약 160억 달러(21조 원) 규모로, 특히 이란이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제재 강화 속 암호화폐 활용 급증

체이널리시스는 보고서에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될수록, 제재 대상 국가들이 무역 및 자본 조달을 지속하기 위해 암호화폐와 대체 금융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이란이 중국 및 인도와의 금융 거래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했으며, 미국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결제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제재 대상 국가에서의 암호화폐 사용이 불법적인 국영 금융과 연관될 수도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일반 시민들에게는 중요한 금융 생명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2023년까지 암호화폐 관련 제재를 포함한 13건의 금융 제재 조치를 단행했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친암호화폐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졌고, 이에 따라 신임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가 디지털 자산에 대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 제재에도 불구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 거래 유지

미국 정부는 2023년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2024년에도 매월 수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가 해당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다만, 제재 이전 수준까지는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토네이도 캐시는 해킹 자금 세탁 및 제재 회피에 활용되는 서비스로 비판을 받아왔으며, 탈중앙화된 스마트 계약을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완전히 폐쇄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2024년 토네이도 캐시를 통한 자금 유입 중 24%가 도난된 자금과 관련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한편, 토네이도 캐시는 미국 정부와 업계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둘러싼 법적 공방의 상징적인 사례로 떠올랐다. 2023년 미국 법원이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제재 조치의 일부를 무효화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란, 암호화폐 거래소 활용 증가… 금융 통제 회피 목적

이번 보고서에서 체이널리시스는 이란의 암호화폐 활용 증가에 특히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자국 금융 시스템을 광범위하게 통제하고 있으며, 암호화폐 인프라 또한 이에 포함된다. 그러나 이란 내 암호화폐 사용 증가와 현지 거래소의 활성화는, 일반 시민들과 기업들이 금융 제재를 회피하고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대체 금융 수단을 찾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체이널리시스는 분석했다.

결론: 제재 국가의 암호화폐 의존도 증가, 글로벌 규제 변화 가능성

체이널리시스의 보고서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지속되는 한, 암호화폐가 제재 대상 국가들의 주요 금융 도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러시아, 이란, 북한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국제 거래를 지속하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향후 미국 정부가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제재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마련할지, 아니면 친암호화폐 정책을 도입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처: COINDE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