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채무 상환 의지 없지만
소송보다 거래 종결 선호해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 등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뉴욕 부동산 개발사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이들이 대출한 빌딩은 뉴욕 브루클린 중심지에 위치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차주(돈을 빌린 사람)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국내 기관들은 해당 대출 채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원금 손실을 감수하며 법적 대응 대신 매각을 선택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관들의 위기관리 능력을 둘러싼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강자산운용이 2019년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500 메트로폴리탄’ 개발 사업에 대출을 목적으로 조성한 1억3300만 달러(약 1864억6600만원) 규모 펀드에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펀드 자금은 차주의 리파이낸싱(기존 대출금 상환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 것)과 500 메트로폴리탄에 입점 호텔 안정화 비용에 사용됐다.
국내 금융기관은 해당 펀드를 통해 돈을 빌려주고 원금과 이자를 받기로 했다. 다만 차주가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아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이 발생했다. EOD는 이자나 원금 미지급 등 사유로 인해 채권자가 만기 전에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만기는 지난해 6월로 이미 지났다.
펀드에 출자한 국내 기관 투자자는 우리·농협·수협은행과 미래에셋 NH투자증권이다. 이들은 해당 대출 채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현지 부동산 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를 통해 가격 제안을 받고 있다. 내년 초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대출 규모는 1억3300만 달러였지만 연체이자 등을 고려하면 1억7000만 달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 기관이 제안받은 제안은 모두 최초 원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빌딩은 호텔과 임대 아파트 등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이익이 발생하고 있다. 오히려 우량한 자산이라는 게 국내 운용사와 출자자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매년 1000만 달러에 가까운 순수익이 발생하는데 차주의 채무 상환 의지가 없어 손실을 보게 되는 상황이다. 차주는 리파이낸싱을 통한 채무 상환 의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변호사를 선임해 차주를 고소하고 권리를 주장하면 되는데 비용 부담 등으로 당하고만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기관은 소송 진행으로 인한 불확실성보다 당장 거래를 종결할 수 있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광수 기자(gs@kmib.co.kr)
장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