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원 넘으면 매도, 깨지면 매수 반복하며 변동성 확대
고점·추가 상승 엇갈린 판단 속…차익 실현·달러 자산 확보 ‘공방’
전문가들 “당분간 강달러 지속 전망”…은행은 유동성 관리 ‘촉각’
#1.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9월 말 외화통장에 예금했던 달러를 최근 환전했다. 예금할 땐 달러당 1319원이던 환율이 1400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환율이 더 오르진 않을 것 같아 환전했다”고 말했다.
#2. 최모씨는 높은 환율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외화통장을 새로 개설했다. 최씨는 “높은 이자의 달러예금 특판이 나왔길래 환율이 1390원대로 떨어졌을 때 얼른 가입했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강달러 흐름이 지속하면서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도 요동치고 있다.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와 달러 자산을 늘리려는 수요가 함께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커지자 은행들은 외화 유출입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예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는 등 대응에 나섰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22일 기준 601억5000만달러로 일주일 전보다 13억달러가량 늘었다. 달러예금 잔액은 미국 대선 직후인 지난 8일 전달 말 대비 23억달러 증가하며 629억8000만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일주일 만인 지난 15일에는 588억4000만달러까지 뚝 떨어졌는데 최근 다시 불어난 것이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환차익을 노린 환전 수요로 달러예금 잔액이 감소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 자산을 확보하려는 수요도 함께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대선 직후의 달러 가치 급등이 트럼프 당선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면, 현재는 관성의 힘으로 달러가 상승세를 연장하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 최고 1450원까지 환율이 오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환율 급등으로 외화 자산 변동성이 커지고 있지만, 은행권은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로 당장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실제 주요 시중은행들의 올 3분기 ‘외화유동성 커버리지비율(LCR)’은 140~150%대로 전 분기보다 높은 수준이다.
LCR은 은행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는 고유동성 외화 자산 비율이다.
다만 환율 상승으로 외화 부채의 원화환산액이 늘어나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신한은행, 농협은행 등은 자본 적정성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유동성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낮은 비용으로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 외화예금으로 고객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오는 29일까지 ‘초이스외화보통예금’ 가입 고객에게 최고 연 4.0%의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도 이달 말까지 ‘위비트래블 외화예금·환전주머니’ 서비스에 100달러 입금 또는 환전한 고객 중 2000명을 추첨해 배달의민족 쿠폰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한다.
김지혜 기자 kim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