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발생 이틀째를 맞은 30일, 이웃 중국에선 현지 언론이 사고 소식을 속속 타전하는 가운데 온라인 추모 열기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추모 메시지를 내는 등 국가적 입장 표명도 잇따른다. 다만 섣부른 조종 과실이나 정비불량 의혹이 제기되는 점은 아쉽다.
시 주석은 전날인 29일 저녁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에 조의 메시지를 보내 "귀국의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해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았다"며 "중국 인민을 대표해 희생자들과 희생자 가족들에게 깊고 진심어린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위로했다.
최근 부임한 다이빙 신임 주한중국대사도 이에 앞서 입장을 내고 "무안공항의 비극적 항공기 사고 소식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대사관 직원들을 대표해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주한중국대사관은 대한민국과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도 한국 상황을 일제히 실시간 보도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사고 발생 직후부터 현지 특파원 발 보도를 쏟아냈다. 신화통신은 "한국 정부는 오는 4일까지 총 7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지정했고, 최 권한대행이 긴급회의를 주재, 사고에 대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고 이후 상황에 대해서도 중국 내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하듯 신속하게 전하고 있다. 신화통신은 사고 바로 이튿날인 30일 오전 역시 제주항공 항공기가 착륙장치 이상으로 회항하자 "랜딩기어 고장으로 이륙 직후 곧바로 회항했고,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실시간 타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역시 "무안공항에 착륙하려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정상적으로 착륙하지 못하고 동체착륙하는 과정에서 공항 벽에 충돌해 화염에 휩싸였다"며 사고 소식을 상세하게 전했다.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 등도 시 주석과 다이 대사의 위로 메시지 등을 포함한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애도와 관심은 중국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확산하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엔 사고 이틀째인 30일 오전까지 검색순위 1위를 포함해 한국 사고 관련 소식이 상위 15위건 내 여러 건을 점유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콘텐츠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새해가 시작되겠지만 한국인들의 마음은 2024년에 멈춘 듯하다"는 애도의 뜻을 밝혀 많은 동의를 얻었다.
중국 현지에선 전문가들을 인용한 사고 원인에 대한 나름의 분석도 이어진다.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착륙장치) 고장, 활주로 보강공사 등으로 제동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것 등 여러가지 변수들이 겹치며 큰 사고로 이어졌다"고 진단한 한 항공전문가의 동영상 분석은 30일 오전 현재 780만 건 재생됐다.
다만 극도로 신중해야 할 조종사 과실이나 정비문제 등에 대해 의견 개진에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는 우려스럽다. 중국 국내 한 민간항공사 수석기장 첸장유는 중국 현지언론과 인터뷰에서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착륙에 집중하던 승무원들이 랜딩기어 오작동을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며 "야간 비행 피로에 패닉이 겹치며 정상적인 랜딩기어 작동 절차를 생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비행데이터플랫폼 등에 따르면 해당 항공기는 이틀 전 제주에서 베이징으로 비행하던 중 7700코드(비상상황)를 발신했으며, 경로를 변경해 인천공항으로 착륙했었다"며 "이후에도 비행일정에 맞추기 위해 쉬지 못하고 바로 운항을 개시했는데 한국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종종 자정 이후 출발하는 심야비행을 배정하곤 한다"고 했다. 기체 정비가 미비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해당 항공기의 7700코드 발신은 한 중국인 승객이 건강 문제로 의식을 잃은 것이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으로 향하던 기수를 틀어 인천공항에 착륙해야 했다. 이후 중국인 승객의 건강 상태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