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가 급증하며 지난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거래량이 줄어들자, 경매로 매물들이 대거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2일 부동산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3267건, 매각건수는 1442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경매 진행 건수 3472건, 매각 건수 1817건)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경매 진행 건수는 2020년(647건)부터 2022(798건)년까지 1000건 이하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3년 1956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하더니 2024년에는 3000건을 돌파했다. 지난해 매각건수도 전년도(645건)에 비해 2.2배 증가했다.
지난해 경매 건수가 급증한 것은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불확실한 정국으로 줄어든 아파트 거래량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매매시장 거래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시중은행 금리가 높다. 대출규제도 유지되고 있고 정치적 불확실성도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92.1%로 전년도(82.5%)보다 9.6%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여전히 2015년 이후 2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응찰자수는 7.38명으로 2022년(4.54명)보다 2.8명 많아 경쟁은 치열했다.
전문가들은 경매 물건이 늘어난 상황에서 올해 경매 시장은 ‘저가매수의 장’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은현 법무법인 명도 경매연구소장은 “지난해 하반기 경매에 나온 물건들이 올해 2분기, 3분기 경매시장에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양질의 물건들이 섞일 테고, 수요가 분산되며 낙찰가율, 낙찰률, 경쟁률 등이 모두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토지거래허가 구역에서는 전세를 끼고 투자할 수 없지만 경매로 구매하면 전세를 놓을 수 있다”며 “청담동, 대치동 등 강남3구, 신속통합기획으로 지정돼 있는 지역들도 경매 물건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일경제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