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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 고개 숙였지만… ‘불매’ 꺼내든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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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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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사과 진정성 의심” 비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 다시 도마위

“몸집 불리다 안전관리 소홀” 지적

주가 급락·그룹 브랜드 불매 조짐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 희생자 유가족 간담회에서 제주항공 관계자가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모회사 애경그룹이 난관에 봉착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후 최대 위기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직접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론은 냉랭하다. 그룹과 제주항공 등 계열사의 주가는 급락했고 애경그룹 브랜드 불매 움직임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형국이다.


30일 애경그룹에 따르면 전날 저녁 장 회장은 “사고로 희생되신 분들께 깊은 애도와 조의를 표한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공개 사과했다. 88세의 장 회장이 신년사 외에 그룹과 관련한 입장문을 낸 것은 20여년 만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의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X(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애경이 보유한 브랜드 목록이 퍼지는 등 불매운동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다시금 언급되며 날 선 비난도 속출했다.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로 애경그룹의 주요 수익원이자 핵심 계열사였다. 제주항공의 위기는 애경그룹을 직격하는 셈이다. 제주항공은 대부분 계열사가 부진한 가운데 그룹의 현금창출원(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2022년 4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제주항공의 연결 영업이익(1698억원)은 애경산업(619억원)과 애경케미칼(451억원)을 합친 것보다 많았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특별자치도 합작으로 2005년 설립한 항공사다. AK홀딩스(애경그룹 지주사)가 최대 주주(지분 50.37%)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사업 자체가 흔들릴 때, 면세점을 정리하고 항공사를 살리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15년 11월엔 국내 LCC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며 선두 주자로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최악의 참사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다.


고속 성장에 치중하며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항공의 여객기 가동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었다. 3분기 기준 제주항공 여객기 평균 가동 시간은 월 418시간으로 대한항공(355시간), 아시아나항공(335시간)보다 63~83시간 많았다. LCC업계 티웨이항공(386시간), 진에어(371시간), 에어부산(340시간)보다도 길었다. 비행시간을 늘려 수익을 꾀하느라 기체 노후화를 외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고 수습과 보험 처리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사고 항공기는 10억3651만 달러(1조5257억원)의 항공보험에 가입돼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사망자와 부상자 보험금 지급에 대해 유족과 협의하며 진행하겠다”고 했다.


유가족 측은 애경그룹이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가족 측은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며 애경그룹의 책임을 강하게 요구했다. 제주항공은 유가족 측과 체류비와 장례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합의서를 작성했다. 애경그룹은 피해자 보상을 포함한 여객기 사고 수습 외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 재판에도 대응하고 있다. 애경케미칼, AK플라자 등 자회사들은 경영난을 겪고 있다. 총체적 난국이다.


전문가들은 파급력이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황영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모바일 환경이 덜 활성화돼 여론 확산 속도가 느렸지만, 이번 참사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며 “미온적 대처로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다연 기자(ida@kmib.co.kr)

한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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