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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보편 관세는 美 적자 줄이기 위한 협상용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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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경제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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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윤여준 부산대 교수가 말하는 트럼프 관세의 뿌리

스스로 ‘관세맨(tariff man)’이라 부르는 ‘관세 신봉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다음 달 취임한다. 대선 기간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했다. 이어 최근엔 캐나다, 멕시코가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 범죄인 통로가 된다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엔 달러 패권에 도전하면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관세의 뿌리는 무엇일까. 미국 경제사를 연구하는 윤여준 부산대 교수는 “미국이 2차 대전 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주도해 자유무역의 수호자로 생각하기 쉬우나, 미국은 독립 초기부터 2차 대전 전까지 굉장히 높은 관세를 부과하던 나라”라며 “트럼프 관세는 과거 고관세의 나라였던 19세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연구실에서 윤여준 교수가 트럼프 관세의 뿌리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태블릿에는 미국의 관세율 추이가 표시돼 있다. /김동환 기자


◇ 트럼프 관세의 뿌리는


- 미국이 2차 대전 전까지 고관세였던 이유는.


“독립 초기부터 남북 전쟁 때까지 높은 관세를 물린 가장 큰 목적은 세수 확보였다. 신생 국가로서 연방 정부가 쓸 돈이 필요했지만, 세수 확보가 쉽지 않았다. 당시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은 보스턴, 필라델피아, 뉴욕 그리고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찰스턴, 이렇게 네 곳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이 네 곳에만 관세를 걷는 세관을 설치하면 됐기 때문에 징세 비용도 적게 들었다. 제조업 중심 북부가 승리한 남북 전쟁 이후엔 제조업을 키우고 유치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더 커졌다. 유치 산업은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미성숙한 산업이다.”


- 미국의 제조업 육성 주장은 첫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에서 찾지 않나.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토머스 제퍼슨은 미국이 농업 국가로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산품 등은 유럽에서 그냥 수입해서 쓰면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자유무역을 선호했지만, 신생국으로서 세수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고관세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미국이 영국처럼 산업화해서 제조업 국가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유치 산업을 보호하고 제조업을 미국에서 키우기 위해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보호무역주의는 해밀턴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두 입장 모두 건국 초기 고관세를 매겨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 1930년대 대공황 때 스무트-홀리법을 미국 고관세의 대표 사례로 들던데, 어떻게 봐야 하나.


“원래 2차 대전 전까지 미국은 관세가 높았다. 스무트-홀리법은 그 추세를 강화한 정도였다. 1928년 수입 가격 기준 평균 관세율을 35.7%에서 41.1%로, 한 6%포인트 정도 올리는 법이었다. 그런데 이 법엔 종량세가 많았다. 종량세로 kg당 1달러를 부과했다면, 가격이 떨어지면 관세율은 높아진다. 대공황 때 심각한 디플레이션으로 수입 가격이 크게 하락했고, 이에 관세율이 60%쯤으로 치솟았던 것이다. 또 유럽, 캐나다 등이 보복 관세를 매기다 보니, 글로벌 무역은 상당히 위축됐다. 원래 스무트-홀리법의 관세 인상 폭은 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전 세계에 대공황이 더 격화되는 원인을 제공한 셈이다.”


그래픽=이철원


◇ 닉슨의 보편 관세


- 2차 대전 후 미국은 자유무역 수호자처럼 행동하지 않았나.


“그에 앞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4년 상호무역법을 만들어 관세율을 책정할 때 교역 상대국과 협의해서 매기도록 했다. 이전엔 그냥 미국 마음대로 관세율을 매겼던 것이다. 상호무역법 이후엔 상대국이 관세를 낮추면 미국도 낮추는 식이다. 미국은 2차 대전 후엔 GATT 등을 주도하면서 전 세계 주요국의 관세와 무역 장벽을 낮추고 자유무역을 진흥시키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 하지만 1971년 닉슨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도입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은 금 1온스당 35달러로 묶어 놓고, 다른 국가는 자국 통화를 달러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였다. 미국에선 동시에 무역 적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당시 전 세계에 달러가 과잉 공급된 상황이어서 변동환율제였다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무역 적자가 줄어야 했지만, 그런 메커니즘이 없었다. 그러자 1971년 닉슨은 세가지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첫째, 달러의 금태환 중지다. 둘째, 90일간 임금과 일부 상품 가격을 동결했다. 셋째가 10%의 보편 관세다. 그런데 보편 관세로 수출이 줄어들 것을 걱정한 서독과 일본은 미국과 통화 가치 절상에 합의한다. 서독 마르크화는 13.57%, 일본 엔화는 16.9% 절상하면서 4개월 만에 보편 관세는 폐지된다. 무역 흑자국과 협상 도구로 보편 관세를 활용한 셈이다.”


- 닉슨의 보편 관세는 트럼프가 공언한 보편 관세와 통하는 것 같다.


“만약 트럼프 2기에 보편 관세를 도입한다면, 2차 대전 이후 닉슨에 이어 54년 만에 두 번째로 보편 관세를 도입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닉슨 때 경제 상황은 지금보다 더 심각했다. 무역 적자가 갑자기 늘고 인플레이션도 높았다. 더구나 금 고갈도 우려됐다. 하지만 현재 미국은 글로벌 경제 중 나 홀로 성장하고 있다. 지금은 당장의 경제 살리기보다는 협상 수단으로 꺼내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 트럼프 관세는 어디로.


- 트럼프 1기, 2기 관세가 다를까.


“트럼프 집권 1기 때는 대중 관세에 집중했다. 하지만 이번엔 모든 수입품에 매기는 보편 관세 얘기를 꺼냈다. 또 마약, 이민자 규제나 달러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관세를 무기로 사용하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미국은 트럼프 이전에는 무역 규제를 할 때 관세는 거의 건드리지 않거나 일부 수입품에만 보복 관세 등을 적용했는데, 이제 관세를 가지고 완전히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펴겠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 트럼프 관세의 뿌리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미국은 독립 이후 한동안 관세 수입 위주로 국가 운영을 했던 경험이 있다. 또 유치 산업 보호를 위해 평균 관세율 30~40%의 높은 관세를 상당 기간 유지했다. 고관세가 과연 미국의 산업화에 도움이 됐느냐는 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고관세와 산업화 사이에는 분명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이 같은 19세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아이디어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관세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경제 성장을 이끌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독립 초기 재정수입의 90% 이상이 관세… 19세기 말엔 40∼50%”


관세로 소득세 대체 논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관세로 개인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하고 있다. 윤여준 교수는 “미국 건국 초기 재정수입의 90% 이상을 관세로 충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미국의 경제 규모가 워낙 커져서 소득세를 걷지 않고 관세로만 재정을 충당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트럼프는 미국 재정수입의 90%가 관세였던 때도 있다고 하던데.


”맞는 얘기다. 건국 초기부터 1860년대 남북전쟁 시기까지 미국 연방 정부 재정 수입의 90% 이상을 관세로 충당하던 때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1913년에야 헌법 개정으로 평상시에 소득세를 걷을 수 있게 됐다. 그 이전에 인두세, 재산세 등이 있었지만 조세 저항이 강해서 신생 국가 입장에서는 관세가 세수를 올리기 쉬웠던 측면이 있다.”


―지금도 관세로 필요한 세수를 메울 수 있나?


”경제 규모가 커진 것을 감안할 때 관세 인상만으로 다른 모든 세금을 대신할 만큼 세금을 거둘 방법은 없어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세 인상으로 수입 감소가 없다고 가정할 때 70% 이상의 세율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한다는 트럼프의 아이디어에 대해 ‘100% 이상의 관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트럼프는 1897~1901년 재임했던 윌리엄 매킨리 대통령 시대를 모델로 들기도 한다


.”매킨리는 하원 의원 시절인 1890년 당시 38%였던 관세율을 49.5%로 올리는 법안을 주도했다. 해외 경쟁에서 국내 산업과 근로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재임 시절을 보면 재정수입의 40~50%를 관세로 충당했다. 하지만 이런 모델이 현대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보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


국가 간 무역을 통해 오가는 물품에 정부가 부과하는 세금이다. 통상 특정 수입품마다 다른 관세율을 적용한다. 그런데 보편 관세는 모든 수입품에 일괄적으로 10% 등 동일한 기본 관세율을 매기는 것을 가리킨다.


☞윤여준 교수는


연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석사를 마치고, 영국 워릭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서 미주팀장 등을 맡으며 미국과 중남미 경제에 대해서 연구했다. 2021년부터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로 있다. 관심 분야는 미국, 유럽 경제사, 국제경제, 경제발전 등이다.


방현철 기자 banghc@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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