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해외 증시 전망]
올해 중국 증시는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냈다.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2700선을 깨뜨렸던 상하이지수는 9월 24일 중국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 패키지를 발표한 후 지난 27일까지 23% 급반등하며 3400선 위로 올라섰다. 홍콩 증시도 4년에 걸친 하락세를 끝내고 지난 27일까지 17.8% 상승하는 등 올해는 중화권 증시가 전반적으로 양호한 모습이었다. 내년은 본격 상승장을 만들 수 있을까.
/로이터=뉴스1
14년 만의 통화정책 완화를 바탕으로 중국 증시 상승 전망중국 증권사들은 내년 중국 본토 A주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상승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일 중국 당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14년 만에 통화정책을 완화기조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중국 샹차이증권은 내년 상하이지수가 3700선을 중심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며 3200선을 저점, 4500선을 고점으로 제시했다.
중신증권은 중국 A주가 장기 상승의 시작점에 놓여 있다며 주요 도시의 부동산 안정화와 포괄적 유동성 지표인 사회융자총량(TSF) 증가율 회복이 증시 상승의 출발 신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개인투자자가 아닌 기관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으로 바뀌면서 상장지수펀드(ETF)의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이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저상증권은 중국 증시가 2021년 이후 3년이라는 충분한 조정을 거쳤으며 올해 2월과 9월 두 차례에서 걸쳐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W자(쌍바닥형) 패턴을 보이며 바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히 9월 24일 이후 부양 정책이 잇달아 발표되고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면서 투자심리가 호전돼 내년에도 증시가 상승할 것으로 점쳤다.
중국 증시와 갈수록 동조화되고 있는 홍콩 증시도 내년 상승이 예상된다. 중국 인허증권은 2025년 홍콩증시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저점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중국의 부양책으로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이 호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 조절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60% 관세 부과로 해외자본이 홍콩시장에서 유출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의 통화정책 완화로 '남향자금'(중국 본토에서 홍콩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증가속도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들어 중국 본토 투자자들은 12월 23일까지 후강퉁·선강퉁을 통해 7803억홍콩달러(약 147조원)어치 홍콩주식을 사들이며 2014년 후강퉁 개통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본토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텐센트, 차이나모바일, 건설은행, SMIC, 공상은행으로 주로 대형 인터넷 기업과 대형 국유기업을 사들였다.
유망업종은 첨단산업·소비업종내년 중국 경제는 내수 진작과 첨단기술 자립이 핵심 키워드인데, 중국·홍콩 증시도 두 분야로 자금이 쏠릴 전망이다.
중국 투자은행(IB) CICC는 펀더멘털 개선이 예상되는 성장산업과 정책적 지원·인공지능(AI) 호재가 예상되는 분야를 1순위로 추천했다. 2차전지, 첨단제조, 반도체, 가전, 소프트웨어 업종이다.
궈하이증권은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정책과 완화적인 통화 정책을 채택하며 올해보다 최대 3조7000억위안(약 740조원) 많은 금액을 지방정부채무 해소, 고정자산투자, 소비촉진 등 3가지 분야에 투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이 재정 부양책으로 부동산 안정화와 소비 촉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며 자동차, 가전 등 소비 업종을 탑픽으로 추천했다.
올해 중국 4000여개 상장기업이 총 2조4000억위안(약 480조원)이 넘는 배당을 공시했으며 자사주 매입 금액도 합계 1650억위안(약 33조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기 때문에 배당주도 인기를 끌 전망이다.
홍콩 주식도 중국이 내수진작에 나서면서 저평가된 소비업종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AI, 소비가전, 반도체 등 첨단기술업종도 수혜 대상이다. 지난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맞서기 위해 첨단 기술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올해 중국 언론에도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는 의미의 '신품질 생산력'(新質生?力)이 언급되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