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불확실성 지속… 수주 위축 등 타격
12·3 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고 고환율에 따른 원가 상승으로 건설업체들의 내년도 수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고환율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원가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다. 연말이 다 가도록 내년도 수주 계획도 세우지 못해 경영전략에 비상등이 켜졌다.
3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새해 사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한 건설업체들이 적지 않다. 통상 연말에는 차년도 프로젝트 목표와 설계용역비 규모 등 수주 윤곽이 가시화되는데 대형사들마저 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새해 수주 목표를 정확하게 설정하지 않았다"면서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도 "올해 가까스로 수주 목표를 달성했지만 내년에는 공급 물량 자체가 적을 것"이라며 "공사비 상승 이슈에 더해 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분위기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0년대 들어 원자잿값이 급등한 가운데 최근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 건설원가 부담이 가중됐다. 지난 27일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6년 만에 장중 1480원대까지 치솟았다. 올해 외환시장 마지막 거래일인 30일에는 1473.20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새해 취임하며 환율은 1500원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0대건설 8곳 새 CEO 시대 도래… '공급절벽' 속 수주 계획 고심고환율 리스크에 이어 최근 건설업계 인사 변화도 크다. 최근 연말 인사에서 국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위권 내 건설업체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을 제외한 8곳이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했다.
10대 건설업체 중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CEO 교체를 단행한 곳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대우건설·DL이앤씨·GS건설·포스코이앤씨·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 8곳이다. CEO가 유임된 곳은 삼성물산 오세철 사장과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뿐이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HDC현대산업개발은 재무통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원자재가격 인상으로 수익이 급감한 상황에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영진의 시각이 수주 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외부 출신 CEO가 수주산업인 건설업을 파악하는 데만 1년여가 소요된다고 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내부 승진자나 연임한 경우가 아니면 목표 설정이 쉽지 않다"면서 "외부에서 선임된 대표이사들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국내 건설 수주 총액은 155조2820억원으로 전년 동기(155조4110억원) 대비 약간 감소했다. 건설경기가 악화되자 정부가 공공수주를 늘려 일감을 지원했음에도 민간수주가 114조9406억원에서 110조7968억원으로 4조1438억원 줄었다.
내년 수주 전망은 더욱 어둡다. 지난 27일 부동산R114가 25개 주요 건설업체의 내년 분양 물량을 전수 조사한 결과 158개 사업장에서 총 14만6130가구(민간아파트 분양 기준·임대 포함)가 분양 예정이다. 이는 역대 최저치였던 2010년(17만2670가구)보다 2만6000가구 적은 규모다. 건설업체의 실적 악화가 전망된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