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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위기마다 경제 휘청…"위태로운 '게임'할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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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없다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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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국가대표 수출품'

국내외 악재딛고 수출 우상향

HBM 등 AI메모리 성장 견인 속

각국 보조금 풀며 관세장벽 공세

韓도 특별법 등 정책 지원 절실

인천국제공항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에서 프랑크푸르트행 KE-529편 화물기에 수출 화물이 선적 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한국 반도체는 1990년 섬유와 철강, 자동차를 물리치고 수출 품목 1위로 부상한 이래 ‘국가대표 수출품’ 지위를 유지해 왔다. 1994년에는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대기록을 세웠고 2010년까지 고성장 곡선을 그렸다. 2011년 잠시 수출 1위 자리를 선박에 내줬지만 1년 만에 탈환했다. SK하이닉스(000660) 중국 공장 화재에 마이크론·엘피다 통합 출범에 따른 D램 판도 변화 등 각종 악재를 딛고 이룬 성과였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1년간 수출 품목 1위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2024년 역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고 반도체 수출은 공고한 우상향 그래프를 유지했다. 1~11월까지 4895톤(누적)에 달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인천공항 항공기에 실려 해외로 나갔다. 수출액은 785억 달러(약 115조 원)로 2023년의 연간 수출액(514억 달러)을 이미 뛰어넘었다.


2024년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한 반도체 전체 연간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2022년·1292억 달러)를 돌파한 139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체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한다. 반도체의 수출 호조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메모리가 견인했다. 고용량 메모리반도체와 HBM을 포괄하는 복합 구조칩 집적회로(MCP)의 2024년 수출액은 328억 달러로 전년 동기(179억 달러) 대비 83.2% 증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고도화된 기술력은 그간 든든한 수출 받침대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005930)는 2001년 세계 최초 4기가 D램 개발, 2007년 세계 최초 64Gb 낸드플래시 개발, 2012년 세계 최초 20㎚(나노미터·10억분의 1m) 4기가 D램 양산 등 혁신 제품 개발을 이어왔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AI 메모리 주도권을 차지했다. 2024년 하반기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HBM3E 제품 납품을 시작했고 독점 공급에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5년 반도체 수출에는 위협 요소가 많다. D램에서는 중국의 메모리 저가 공세에 낸드에서는 성장을 이끌던 기업용 SSD 수요가 둔화 중이다. 곧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도 노출돼 있다. 산업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경우 대미 반도체 수출이 최소 4.7%에서 최대 8.3%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세계 반도체 시장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반도체 수출을 우상향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의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 기능은 사실상 ‘올스톱’됐고 업계 숙원 법안이었던 반도체특별법의 국회 통과마저 무산됐다. 여야가 반도체특별법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52시간제 예외 규정에 대한 시각차로 법안 처리가 지연되며 재정·시설 지원까지 늦어진 것이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 수출이 고꾸라지면 늘 한국 경제에 위기가 왔다”면서 “반도체를 놓고 살얼음판 위에서 위태로운 게임을 할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역시 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기업들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 가능성”이라며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통해 반도체특별법 등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된다면 대한민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긍정적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우리 기자(we122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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