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4156억 달러로, 연말 기준으로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다만, 금융기관들의 외화예ㄷ수금 등이 늘면서 전월(지난해 11월)보다는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고환율 방어로 인해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저항선인 4000억 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계 심리가 컸지만,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 정국에 미국 행정부 교체가 겹치면서 환율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외환보유액에 대한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6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약 611조7632억 원)로, 전월보다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우려와 달리 외환보유액이 증가한 것은 은행의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영향이다. 은행들이 평소에는 보유한 외화를 주식, 채권으로 운용하다가 분기 말이 되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현금으로 바꿔 한은에 예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3년 말(4201억 달러)과 비교해 45억 달러 감소하면서 3년 연속 감소세로 외환보유액 규모로는 2019년 말(4088억 달러)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다.
원·달러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국내 정치 불안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77.8원 뛰어올랐다.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 매도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 선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환율 상승은 외환보유액을 일부 감소시켰다. 달러 가치 상승으로 유로화 등 기타통화로 보유한 외화자산의 가치가 평가절하됐다. 외환당국 시장개입에도 달러를 소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과 함께 달러 강세도 추가로 심화되면서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 중 유가증권 비중은 88.2%로 연중 최저 수준을 찍었다. 한은이 보유 중인 미 국채 등을 현금화한 것으로, 시장 심리가 불안한 상황에서 언제든 달러 매도 개입을 할 수 있도록 현금 보유를 늘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적정 외환보유액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착화되면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보유액 적정성 평가(ARA)’의 적정 수준(100∼150%)을 밑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IMF는 지난해 7월부터 우리나라를 ARA의 ‘정량평가’ 대상에서 제외했다. 국가신인도와 금융시장 발전 정도 등을 고려, 신흥국 기준으로 설정된 정량평가는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한 것이다. 대신 ‘정성평가’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단기외채 등 전통적인 지표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문화일보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