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패권 달린 ‘재사용 발사체’
스페이스X, 팰컨9 1단 로켓 23회 재사용 독보적
3일마다 1번꼴 발사… 전세계 수요 절반 이상 차지
지난해 11월 1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스페이스X의 전용 발사 시설 스타베이스에서 스페이스X의 재사용 발사체 스타십이 발사되고 있다. 이날 스타십은 6차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AP뉴시스
올해 우주 산업의 첫 번째 빅 이벤트는 블루오리진이 2016년 개발을 시작한 첫 궤도용 재사용 발사체 뉴 글렌(New Glenn)의 발사다. 8일 미국 연방항공청(FAA) 등에 따르면, 뉴 글렌은 9일(현지시간)에서 10일 사이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2020년 발사 계획에서 4년여 미뤄진 끝에 첫 도전에 나서는 것이다.
뉴 글렌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량 발사가 가능한 재사용 발사체 개발이 앞으로의 민간 우주산업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됐다는 점에 있다. 최대 25회 재사용을 목표로 하는 뉴 글렌이 자리 잡는다면 현재 발사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스페이스X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재사용 발사체는 발사한 로켓의 일부 또는 전체를 회수해 다시 발사할 수 있는 로켓이다. 현재 주로 사용되는 방식은 전체 발사 비용의 60%를 차지하는 1단 로켓을 재활용하는 것이다. 1단 로켓을 수직으로 착륙시켜 회수한 뒤, 연료를 다시 채워 발사한다. 1단 로켓을 재사용 하는 스페이스X의 팰컨9가 1㎏의 위성을 저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비용은 2700달러(40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2010년대 위성 발사 시장을 지배해온 소모성 발사체 아리안 5호(1만200달러)의 30%, 최신형 모델인 아리안 6호(570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현재 유일한 재사용 발사체 모델 보유 기업은 스페이스X로, 지난 2017년 처음으로 회수한 1단 로켓을 재발사하는 데 성공한 뒤 기술력을 통해 비용을 지속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초창기 10회를 목표로 했던 팰컨9의 재사용 횟수는 올해 23회로 늘어났다. 새롭게 설정한 재사용 목표는 40회다. 회수 후 재발사까지의 시간도 한 달 이내로 줄어들었다.
높아진 경제성을 바탕으로 스페이스X는 위성 발사 수요를 빨아들이며 3일마다 하나의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지난해 발사 횟수는 134회로 전세계 궤도 발사 시도 259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점유율은 지난 2022년 34%(전체 180회 중 61회)에서 더욱 높아졌다.
발사 횟수를 늘리며 6700대가 넘는 위성을 통해 지상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도 가능해졌다. 시장조사기관 퀼티스페이스에 따르면 스타링크 서비스의 매출은 지난해 66억 달러(10조원)로 늘어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올해 매출은 배 상승한 118억 달러(17조원)로 전망된다. 아마존 창업자 베조스가 뉴 글렌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우선 과제 역시 스타링크에 대적할 ‘프로젝트 카이퍼’의 실현이다. 향후 10년 안에 3000개가 넘는 위성을 쏘아올려 저궤도 인터넷 위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2040년 1조 달러(1460조원) 규모로 성장할 우주 시장에서 재사용 발사체 서비스를 제공해줄 경쟁자가 되기 위해 각국의 우주 기업·기관들은 적극적으로 재사용 발사체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페이스X 역시 규모를 더 키워 경제성을 높인 모델로 새로운 도전자의 등장에 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X가 개발하고 있는 스타십과 슈퍼헤비 부스터의 조합은 상·하단부 모듈 전부를 완전히 재활용할 수 있는 최초의 모델이다. 실전에 투입될 스타십 V2 모델의 탑재 중량(페이로드)은 100~150t으로 뉴 글렌(45t)의 최대 3배 수준이며, 궁극적으로는 달·화성 착륙 미션 등에도 투입하는 것이 목표다. 스타십의 1회당 발사 비용 목표는 200만~300만 달러(약 29억~44억원)로, 실현될 경우 탑재물 1㎏당 30달러 이하의 비용으로 발사할 수 있다.
윤준식 기자(semip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