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1조 넘게 빠져나가
최근 국내에서 중국 펀드 자금을 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20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중국에 60%에 달하는 고관세를 매기겠다고 한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되고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 사이에만 국내의 중국 펀드에서 1조6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시장에서는 중국 내수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외적 악재까지 예고된 만큼 이 같은 자금 유출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이어가는 등 중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래픽=백형선
중국 펀드에서 1조 넘는 유출
7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중국 펀드 185개에서 최근 6개월 사이 1조613억원가량의 투자금이 빠졌다. 최근 한 달간은 2102억원가량이 펀드에서 빠져나갔다. 이에 지난 6일 기준 중국 펀드의 설정액(국내 투자자들의 펀드 유입액)은 약 5조5641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자금 유출은 우선 지난해 상반기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9월 이후 중국의 경기 부양 기대로 반등하면서 보유하던 펀드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움직임이 강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더 큰 배경에는 20일 들어설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의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고,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중국은 2017년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에도 미국과 관세전쟁을 치르며 대미 수출 감소, 성장률 둔화 등을 겪었다. 투자자들이 이에 대한 학습 효과로 미리 투자금을 뺀다는 것이다. 김민경 한국투자신탁운용 해외투자운용부 책임은 “미국의 규제로 중국을 제외한 신흥국 중심의 공급망이 재편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중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인도 등 다른 신흥 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中 증시는 고전… 경기는 석 달째 확장
대외적 불안감에 새해 들어 중국 증시도 고전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 2~6일 3거래일간 연속 하락해 이 기간에만 4.32%가 빠졌다. 홍콩항셍지수도 지난 6일 전 거래일 대비 0.36% 하락했다.
그러나 이 같은 증시 비관론 가운데서도 “중국 경기가 바닥을 찍고 회복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경기 선행 지수이자 심리 지수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3개월째 경기 확장 국면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조업 PMI는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한 50.1로 집계됐다. 하지만 기준선인 50을 넘기고 있다. 기업 구매 담당자 조사를 바탕으로 작성되는 PMI 통계는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그보다 낮으면 경기 위축 국면을 뜻한다. 중국 제조업 PMI는 지난해 5월부터 9월까지 50을 하회했지만, 지난해 9월 중국의 경기 부양책 발표 이후 10월에 50.1을 기록한 뒤 3개월째 50을 넘고 있다.
“3월 전인대 기대감은 유효”
한편 증권가 일각에서는 3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강도 높은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을 고려해 최근의 중국 증시 조정을 저점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중국에서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는 한 해 정책 방향과 인사를 논의하는 중국 최대 연례 정치 행사다.
김경환 하나증권 신흥국 주식파트장은 “트럼프 2.0이 시작되는 올해, 중국 정책의 시작은 방어”라며 “중국은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 관망을 완충하기 위해 내수, 부동산, 가격, 총자산 수익률(ROA) 향상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중국 증시에서는 1분기(1~3월)에 증시가 우상향하는 ‘캘린더 효과’가 빈번하게 관찰된다”며 “조정 때마다 저점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했다.
김승현 기자 mykim01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