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5 개막을 하루 앞둔 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 내 미셀로브 울트라 아레나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새 인공지능 플랫폼 그레이스 블랙웰 NVLink72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중요한 기업이라는 데 이견이 없는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8년 만에 다시 밟은 시이에스(CES) 기조연설 무대에서 다가올 인공지능의 미래를 거침없이 제시했다.
6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컨벤션센터 내 미켈롭울트라아레나 앞에는 행사 2시간 전부터 400m 넘게 긴 대기 행렬이 만들어졌다. 2017년 첫 기조연설 후 8년 만에 금의환향한 인공지능 시대의 록스타 젠슨 황을 보기 위한 대기 줄이다. 행사장 길목엔 ‘미래로 가는 길은 이쪽입니다’라는 문구의 엔비디아 펼침막이 걸렸다.
아레나를 가득 채운 1만여 관객 앞에서 젠슨 황은 엔비디아가 이렇듯 자신 있게 미래를 자처하는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 현재는 물론, 미래에도 인공지능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틀어쥘 각종 신제품과 서비스, 소프트웨어를 대거 공개한 것이다.
우선 업계 예상대로 전작을 훌쩍 뛰어넘는 신제품이 공개됐다. 블랙웰 설계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 ‘알티엑스(RTX)50 시리즈’다. 최고 사양인 ‘RTX5090’에는 92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집적돼 1초당 3352조번의 연산을 해낸다. 전작(RTX4090)보다 2배 개선된 연산 능력이다. 젠슨 황은 “이 그래픽처리장치는 그저 괴물”이라고 자평했다. 더 놀라운 점은 큰 폭으로 내린 가격이다. 개당 1599달러(약 232만원)이던 전작과 비슷한 성능의 ‘RTX5070 Ti’ 가격은 그 절반 수준인 749달러다. 가격이 공개되는 순간 객석에선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6일(현지시각) 젠슨 황의 기조연설을 기다리는 시이에스(CES) 관람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 남지현 기자
젠슨 황은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이미지와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단계(생성형 인공지능)에서 나아가 인식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인공지능 에이전트(비서)’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다가올 미래는 ‘물리적 인공지능’의 시대가 될 거라고 예견했다.
젠슨 황은 “앞으로 인공지능은 중력, 마찰, 관성과 같은 물리적 법칙과 공간 감각 등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세계 최초의 물리적 인공지능 모델 ‘코스모스’를 선보였다. 현재의 다양한 인공지능 기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뿌리인 거대언어모델(LLM)이다. 다시 말해 사용자의 명령을 인식하고 이에 대응하는 단위가 문자로 제한돼 있다는 뜻이다. 물리적 인공지능은 이런 한계를 뛰어넘는 신개념 인공지능을 뜻한다.
젠슨 황이 6일(현지시각) 공개한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 남지현 기자
코스모스는 200만 시간의 다양한 동작 영상을 학습한 물리적 인공지능 모델로 범용 로봇 개발에 쓰일 수 있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여러 현상과 움직임을 인식하고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뿐만 아니라 물리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여러 상황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 획득한 도로 주행 영상을 토대로 자율주행차 학습용 인공 주행 데이터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젠슨 황은 “‘로봇의 챗지피티’(가 등장할) 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며, 자율주행차의 시대도 임박했다”며 “향후 몇년 동안 급격한 진전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젠슨 황은 코스모스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소스로 제공한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당장 현실로 다가온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잘 훈련시킬 수 있는 자체 플랫폼과 서비스도 내놨다. 젠슨 황은 “지금 인공지능을 만드는 아이티(IT) 부서가 미래에는 인사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와 미래의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파생되는 소프트웨어와 관련 서비스까지 엔비디아가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