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밸류에이션 최저점
SK하이닉스·삼성전자 등
3거래일간 8169억 순매수
지난해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던 외국인이 연 초부터 국내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가격 매력도, 고환율 등 악재 완화,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 등이 종합적으로 외국인의 수급을 개선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외국인은 '반도체'와 '인터넷'을 비롯해 낙폭이 컸던 '이차전지'를 위주로 장바구니에 주워 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3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816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3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지속한 건 지난 8월 20일 이후 약 4개월 반 만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꾸준히 매도 우위를 보여왔다. 지난 8월 2조8682억원어치를 순매도한 외국인은 9월 7조9213억원, 10월 4조7001억원, 11월 4조3039억원, 12월 3조43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5개월간 외국인의 순매도 금액만 22조원에 달한다. 매도세를 이어갔던 외국인이 돌아온 건 지수의 밸류에이션 매력, 고환율의 진정세, 연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삼박자'로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코스피 지수의 밸류에이션이 역사적 저점까지 떨어진 가운데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던 원·달러 환율이 소폭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세가 들어온 것이다.
다올투자증권 조병현 연구원은 "지수의 가격 메리트가 높은 상황에서 증시의 부담 요인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진정됐고, 연 초 효과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전반적으로 외국인의 수급을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귀환한 외국인이 선택한 업종은 '반도체'와 '인터넷'이다.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 1위와 3위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4318억원어치, 삼성전자를 823억원어치 사들였다. 순매수 5위는 544억원어치를 사들인 '네이버'다.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인 'CES 2025'가 개막하면서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와 인터넷에 매수세가 몰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번 CES 2025에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16단 샘플을 공개했다.
이외에도 외국인은 이차전지 업종을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낙폭 과대 인식에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 기간 에코프로비엠을 283억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7위에 올렸다. 이어 포스코홀딩스(267억원)를 9위에, 삼성SDI(264억원)을 10위에 각각 올렸다.
한편 시장의 관심은 외국인의 수급 지속 여부로 향하고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단기적 매수세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꾸준히 외국인의 수급이 유입되기 위해서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반도체에 매수세가 이어져야 하는데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 나정환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수세는 우선 일시적인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며 "증시에 수급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반도체가 회복돼야 하는데 아직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올라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김찬미 기자 (hippo@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