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 등 물리법칙 이해하는 로봇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 첫 공개
CES 2025 ‘몰입’ 주제로 공식 개막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CES 2025’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황 CEO는 로봇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하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애자일로봇 등 로봇 기업들이 이 플랫폼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로봇의 시대가 곧 도래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짧은 한마디에 1만2000석 규모의 발표회장이 함성으로 뒤덮였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로만 존재했던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가상 환경을 벗어나 물리적 실체를 드러내고, AI를 등에 업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세상에 정착하는 시대를 선언한 순간이었다.
황 CEO는 6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CES 2025’ 기조연설자로 나서 “로봇공학을 위한 챗GPT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새로운 피지컬(물리적)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로봇·자율주행차 등 실물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물리적 AI를 개발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현실세계에서 고도의 지능을 가진 로봇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법칙을 이해하는 로봇의 두뇌를 개발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세계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한 엔비디아는 앞으로 로봇과 자율주행 개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로봇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구상이다.
황 CEO는 “중력이 작용하면, 마찰력이 생기면, 뭔가를 떨구거나 찌르면, 공을 굴린다면, 그다음에 현실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기존 컴퓨터는 예측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로봇 AI 개발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코스모스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3차원 시스템을 구현한다. 현실세계에서 로봇이 작동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수많은 시나리오를 가상세계에서 구현하고 학습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황 CEO의 구상처럼 ‘챗GPT를 위한 로봇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로봇공학의 급격한 발전이 예상된다. 특히 이제까지 이뤄온 하드웨어적 발전에 더해 로봇의 중추이자 두뇌를 담당하는 AI 칩까지 완성되면 인간의 역할을 그대로 해낼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크다. 엔비디아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탑재용 소형 컴퓨터 ‘젯슨 토르’ 출시를 공식화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엔비디아의 로봇 시대 독주를 막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미래로봇추진단을 설치하며 휴머노이드 개발에 뛰어들었다. 2022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처음으로 공개한 테슬라는 2029년까지 이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자동차도 2021년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중심으로 상용화 시점을 살피고 있다. 올해 CES는 ‘몰입(dive in)’을 주제로 160개국 4800여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7일 공식 개막했다.
라스베이거스=김지훈 기자(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