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리스크 등 겹악재
환율 1.30원 오른 1469.70원
“상반기 이후 안정세 보일 가능성”
미국 대선 이후 140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리스크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선 원화 약세를 완화할 요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1.30원 오른 1469.70원에 거래됐다. 이날 환율은 중국 위안화 약세에 동조돼 장 초반 1470원을 웃돌았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유입 등 환율 상승 압박을 줄이는 요인들로 1460원대로 내려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달러 대비 위안화는 환율 방어에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던 중국 국영은행이 방어를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7.30위안을 돌파했고, 이에 원화가 위안화에 동조되며 약세 압박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달러 자체의 강세 현상도 지속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50분 기준 108.89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일 2022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109선을 돌파한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현재도 높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이유로 원화 약세 현상이 당분간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과 국내 정치 혼란 등 여전히 원화 약세를 압박하는 요인들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일본 노무라은행은 앞서 환율이 3분기 1500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 환율 수준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적 불확실성 등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어 3분기 이후 1400원대 초반으로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부터는 연준의 양적 긴축이 종료되고, 일본은행의 긴축 기조 등으로 강달러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6일 지난해 12월 외환보유액이 금융기관의 연말 달러 예수금 증가로 전월 대비 2억1000만 달러 증가한 4156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12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2019년(4088억2000만 달러) 이후 가장 적었다. 연합뉴스
한편 외환 당국이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해 달러를 시중에 풀어 외환보유액이 줄어들었을 것이라 예측됐지만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전월보다 소폭 늘었다. 한국은행의 6일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약 611조7632억원)로 11월 말 4153억9000만 달러보다 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은행의 외화예수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3666억7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57억2000만 달러 감소했지만 예치금은 252억2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60억9000만 달러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마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한은 외화 예금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은현 기자(eh@kmib.co.kr)
구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