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오르면 영업익 늘지만
내수 부진·트럼프 리스크 발목
주주환원율 비해 저평가 상태
원·달러환율이 요동치고 있지만,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주인 현대차와 기아 주가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내수 부진, 트럼프 관세 우려 등 악재들이 주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환율변동성보다 높아진 주주환원율 등으로 저평가 매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7% 하락한 21만1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 주가는 전장 대비 0.2% 하락한 10만500원에 마감했다.
현대차·기아는 북미 매출 비중이 높다. 그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를 때 주가 탄력을 받는 대표적 수혜주로 꼽힌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매출 비중은 전체의 약 44~45%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금을 달러로 받는 만큼 수출주들은 고환율 국면에서 환차익을 볼 수 있어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할 만하다. 실제 하나증권에 따르면 현대차 연간 영업이익은 원 ·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 2800억원 늘어난다. 기아의 영업이익은 2200억원 증가한다.
하지만 원·달러 환율이 본격 강세를 띠기 시작한 최근 두 달 간 자동차주 주가는 박스권에 머무르는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2년 만에 1400원을 돌파하더니 지난달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1470원대까지 급등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미국 대선(11월6일) 직전 대비 -1.62% 하락한 상태다. 기아 주가는 3.6% 오르는 데 그쳤다.
킹달러에도 현대차·기아 주가가 힘을 받지 못하는 배경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내수 부진 우려를 꼽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국내 판매는 전년 대비 7.5% 줄어든 70만5010대에 그쳤으며, 기아도 4.2% 감소한 54만10대를 나타냈다.
내수 부진에 더해 북미 시장 관세 불확실성도 주가에 하방압력을 넣고 있다. 이달 말 취임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모든 외국 상품에 대한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공언했다. 구체적인 관세율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국내 자동차 업종의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의 경우 한국산에 10% 관세, 멕시코산에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약 2조원의 영업이익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추가 관세율 인상을 시사할 수 있어 주가 디스카운트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 글로벌 자동차 수요 감소와 주요 수출 시장 재고 증가로 인센티브(판매 장려금) 부담이 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현대차에 대해 완성차 시장 경쟁 심화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인센티브가 2023년 대비 1000달러 이상 높아진 점을 반영해 올해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를 7.2% 하향했다.
증권가에서는 자동차주 주가에 대해 단순 환율 변동보다는 높아진 주주환원률을 감안한 접근을 조언한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총주주수익률(TSR)을 35% 이상으로 상향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 현 주가는 비교적 저평가된 반면, 기대 배당수익률은 5~6%대, 총주주환원 수익률은 8~10%로 높다"라고 분석했다.
박지연 기자 (nodela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