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대어 '의료기기' 메드라인
'SW 제조' 제네시스 등 절차 돌입
'모바일 뱅킹' 차임도 재추진 나서
올해 IPO 총액 380억弗 넘을 듯
"금리인하 땐 시장 더 바빠질 것"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중개인 책상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사진과 선거 모자가 놓여있다. AFP연합뉴스
2021년에 역대 최대 기록 이후 지난 3년 동안 고금리 여파로 씨가 말랐던 미국 증시의 기업공개(IPO)가 올해 증시 활황에 힘입어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대한다며 IPO 시장이 적어도 2020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다고 예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은행 관계자 및 애널리스트들을 인용해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에 대규모 IPO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미 미국 의료기기 업체 메드라인과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제네시스 등은 IPO 관련 서류를 당국에 제출했다. 스웨덴의 결제 플랫폼 기업 클라나도 상장을 준비 중이며, 미국 모바일뱅킹 기업 차임 역시 2년 전 준비하던 상장 계획을 다시 세우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차임의 기업 가치가 150억~200억달러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지난 2021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당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막대한 돈을 시중에 풀자 IPO 광풍이 불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우회 상장 목적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을 제외한 미국 증시 IPO 규모는 1500억달러(약 220조원)를 넘겨 역대 최대였다. IPO 규모는 연준이 물가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린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500억달러를 밑돌았다. 금리 상승은 자금 조달 비용을 높일 뿐만 아니라 신규 상장 기업처럼 고위험 자산에 대한 수요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지난해 미국 증시 활황과 함께 서서히 IPO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3.31% 상승했다. 같은해 상장된 10대 기업 가운데 9개 기업 주가는 상장가 이상으로 올랐다. 미국 소셜미디어 업체 레딧을 비롯해 주가가 두배 이상 오른 기업도 5곳이다.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IPO 규모는 320억달러(약 47조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60% 증가했다.
FT는 일부 사모펀드들이 지난 3년 동안 IPO 침체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주지 못해 압박을 받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증시 활황을 노려 보유한 비(非)상장 기업들의 지분을 미국 증시에 대거 공개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FT에 의하면 은행 관계자들이 올해 IPO 규모가 2021년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2020년 이전 평균인 380억달러는 넘어선다고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에디 몰리 증권 자본시장 글로벌 공동 대표는 "여건이 좋아졌고 준비 활동도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규제 완화 정책을 지적하며 "경제적 배경이 더 확실해졌으며, 친기업 정책이나 연준의 금리인하 전망 등 여러 요인을 봤을 때 시장이 분명히 더 바빠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종원 기자 (p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