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수 시간 뒤 해제한 ‘계엄 사태’ 이후 해외 정·재계 인사들의 한국 방문이 잇달아 취소됐다. 계엄이 국회 결의로 해제됐지만, 여전히 한국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등 주요 국가는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주의를 기울이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4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5일부터 7일까지로 예정돼 있던 방한을 취소했다. 향후 일정도 정해지지 않았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여러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었지만, 계엄 사태가 전해진 후 방한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요시히데 전 일본 총리도 한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이날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한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전 총리는 15일부터 이틀 동안 한국을 찾아 주호영 국회부의장 등을 만날 계획이었다. 그는 윤 대통령과의 면담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기업들도 임직원들의 한국 방문과 출장을 연이어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구글은 국내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중역들이 이달 중 한국에 올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로 미국 정부가 주의하라는 지침을 내리자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구글은 특정 국가에 여행 주의보가 나오면 본사 차원에서 임직원들의 여행과 출장 등을 제한하고 있다.

마이스크로소프트(MS)는 비상계엄 발표가 나온 후 전체 임직원들에게 한국 출장을 자제하고, 활동에 주의를 기울이라는 메일을 보냈다. MS는 미국 정부의 여행 주의 지침이 나오기 전에 비상계엄 사태를 본사로 보고해 신속하게 자체 주의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MS 관계자는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새벽 1시(국내 시각)에 전세계 임직원들에게 메일이 발송됐다. 현재 한국에서 일하거나 체류 중인 직원들은 재택 근무를 하거나, 호텔 밖으로 출입을 자제하라는 내용이 담긴 메일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을 포함한 각 국 정부는 한국을 여행 유의 국가로 지정했다. 계엄이 해제됐지만, 정치권의 탄핵 추진과 여러 단체의 집회 등으로 당분간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돼 자국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한다고 밝혔지만, 상황이 유동적이라 잠재적인 혼란이 예상된다”며 “주변 환경에 주의를 기울이고 대규모 집회나 시위, 군중 모임 등의 주변 통행을 피하라”고 권고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은 미국 시민과 비자 신청자의 영사 예약을 취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국무부도 한국 전역에 대해 여행 경보를 내리면서 자국민들에게 당국 지침을 따르고 정치적 시위에 가까이 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일본,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한국에 체류 중인 자국민들을 대상으로 안전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출처: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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