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문제에 '유예' 제기돼
"변동성 커 손실땐 문제 복잡"
"기타소득 분류… 따로 논의"
예정대로 내년 시행 주장도
[연합뉴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등하며 가상자산 과세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가닥을 잡으며 금융투자와 가상자산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증권거래세를 금융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으로 바꾸는 금투세와 세금이 전혀 없던 가상자산에 새로운 과세체계를 만드는 가상자산 소득세는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민의힘이 가상자산 과세 유예로 방침을 정한 가운데 야당 역시 금투세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가상자산 과세 유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 소득세는 지난 2020년 소득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처음 도입됐고, 이후 두 차례의 유예를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 예정이었다.
예정대로 법이 시행될 경우 가상자산 투자(양도·대여)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과세한다. 25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지방세 포함 22%의 세금이 부과된다.
정부가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에서 과세 시점을 기존 2025년에서 2027년으로 2년 연기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국회 통과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금투세 폐지 쪽으로 추가 기울며 가상자산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4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가상자산은 투자자들에게 주식과 유사한 투자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금투세 폐지 시 과세 형평성을 감안해 가상자산 소득 과세 역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투세와 가상자산 소득세가 같은 선상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논의와 도입 시점, 상황이 비슷했던 만큼 폐지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시행까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까지 가이드라인은커녕 유예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불확실성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주식시장보다 변동성이 훨씬 큰 가상자산 시장에서 매각 차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인데, 모든 투자자산 수익에 가상자산 수익까지 더해 과세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인프라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만약 가상자산 수익에 대해 과세하면 손실은 빼줘야 하는데 일반 투자자산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굉장히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금투세와의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같은 가상자산 투자자 사이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만약 과세를 한다고 하면 업비트와 빗썸 같이 원화 거래소 내에서의 수익은 확인할 수 있겠지만, 해외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나 개인간 거래에 대해서는 전혀 확인할 수 없다"며 "이는 같은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 사이에 다른 과세체계가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결국 가상자산 소득 과세 향방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국회로 향했다. 기재부는 세법 개정안 발표 당시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대원칙 속 폐지가 아닌 유예로 가닥을 잡은 바 있다.
세법 전문가들은 금투세와 가상자산 소득 과세가 출발선상부터 달랐던 만큼, 따로 논의하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금투세는 기존 과세의 방식을 바꾸는 것이었고, 가상자산 소득 과세는 없던 세금을 만드는 것"이라며 "함께 논의될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 소득세가 금투세가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 점,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가상자산 소득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최근 너무 좋지 않은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금투세를 폐지한다고 하는데, 가상자산 시장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업계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예정대로 내년 시행하는 쪽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 기자(kns@dt.co.kr)